[씨네스코프]
감추고 모른척, 알면서도 모른척! <일편단심 양다리> 촬영현장
2006-11-09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글 : 최하나

늦은 오후의 태양이 해변의 공기를 붉은 빛으로 감싸고, 황톳빛 바닥을 드러낸 갯벌에는 서서히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수평선을 뒤로한 채 한쌍의 남녀가 서로를 응시한다. 흠없이 낭만적인 풍경화가 완성될 듯싶지만, 이어지는 두 남녀의 거동이 심상찮다.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모래를 휘적대며 기어다니더니, 열쇠 하나가 손에 잡히자 귀신이라도 본 듯 “으어어어~” 괴성을 지른다. 이곳은 인천 장봉도에 자리한 <일편단심 양다리>의 촬영현장. 모래 갯벌을 엉금대며 돌아다니는 엉뚱한 커플의 정체는 바로 주인공 재희와 박시연이다.

<일편단심 양다리>는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어 단행본으로도 출간된 조소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지고지순한 여자친구 세영(신이)과 사귀던 성현(재희)은 어느 날 라영(박시연)에게 반하고, 남자친구가 있지만 역시 성현에게 마음을 빼앗긴 라영이 그와 양다리에 돌입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날 촬영분은 애인의 눈을 피해 데이트에 나선 성현과 라영이 해변에서 자동차 열쇠를 찾는 장면. 배가 끊길 때까지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일부로 열쇠를 감춘 성현과 이를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라영이 열쇠를 찾는 시늉을 하며 시간을 끈다는 내용이다. “아니야, 이거 아니야~.” 얼결에 문제의 열쇠를 발견해버린 재희가 멍한 표정으로 굳어 있자, 박시연이 얼른 그의 손에서 열쇠를 낚아채 던져버린다. “그치? 아니지?” 재빨리 맞장구를 치는 재희. 능청스런 표정의 두 사람은 “컷” 소리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인디안 썸머> <효자동 이발사>의 조감독 출신으로, <일편단심 양다리>로 데뷔의 기회를 잡은 한승림 감독은 “원래 코미디를 좋아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꿈꾸는 양다리라는 소재를 통해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30% 정도 촬영을 마친 <일편단심 양다리>는 11월 말 크랭크업한 뒤, 내년 초에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흔들리는 감정을 그리는 게 관건”

이중배 촬영감독

“한승림 감독과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나이가 동갑이기도 하고, ‘데뷔를 못한 사람들의 축구모임’의 회원이기도 했다. (웃음) 이전까지 <흡연모녀> <임성옥 자살기> 등 독립영화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일편단심 양다리>의 시나리오를 보고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오늘 촬영하는 장면은 밀월여행을 온 두 주인공이 배를 놓치기 위해 시간을 끄는 코믹한 상황인데, 석양 무렵에 촬영하다보니 해가 질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1시간 반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사흘째 같은 신을 촬영하고 있다. (웃음) <일편단심 양다리>는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그려내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핸드헬드 촬영을 하는 부분이 많다. 또 양다리를 하는 이들과 당하는 이들의 입장을 비교하기 위해 카메라의 움직임뿐 아니라 빛과 색을 대조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승림 감독님이나 나나 둘 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라 시작하기 전에는 좀 긴장했는데, 함께 일해보니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 배우들이 개인기를 펼쳐서 웃을 때도 많고, 영화처럼 현장 분위기가 늘 재미있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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