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이송희일 감독, “낭만이 아니라 통속이 현실”
2006-11-13
글 : 김소민
사진 : 김태형 (한겨레 기자)

<후회하지 않아>에는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대책없이 솔직하다. 그게 이 영화의 힘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이송희일 감독(35) 자신이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언제나 일요일 같이> <슈가힐> <굿 로맨스> 등 단편 6편을 만든 끝에 <후회하지 않아>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송 감독을 지난 10일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매진되고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 이 영화 동우회까지 만들어졌다.
=나도 당황했다. 동우회 회원은 주로 20대~30대초반 여성이다. ‘야오이’(남성들끼리의 사랑을 그리는 일본 대중문화의 한 흐름) 문화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왕의 남자>나 <브로크백 마운틴>등의 성공에서 보듯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왜 진부한 형식을 따다 썼나?
=1970~80년대의 호스티스 멜로는 총천연색 다목적 장르다.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해 놓았다. 계급 차별, 농촌 붕괴가 다 들어가 있다. 동성애를 접목하면 새로운 느낌이 나올 듯했다. 난 통속을 좋아한다. 통속이 현실이니까. 전형적인애정 표현들은 재미있으라고 일부러 넣은 것이다.

-노골적인 성매매 장면 등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도 있을 듯한데….
=오히려 너무 약한 것 같다. 배신도 하고 상처도 받고 성매매도 한다. 낭만적으로 그려지길 바라지 않았다. 수민은 몸을 팔아야 하는 시궁창에 던져졌으니 시궁창답게 찍어야했다.

-동성애보다 계급 문제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보통 서울이 주는 익명성을 선호하지 않나?
=어떤 문제 의식이 우선이냐고 따지는 건 폭력적이다. 서로 다 연결돼 있지 않나?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다. 돈이 없어 한때는 식물처럼 지냈다. 움직이면 배고프니까. 1994년 문화운동 하겠다고 서울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네온사인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서울이 일요일 아침 밤새 사람들이 쏟아놓은 토사물을 비둘기가 쪼아 먹는 장면 같아졌다.

-캐스팅이 힘들었을 것 같다.
=이영훈은 단편 <굿 로맨스>에서 같이 일했다. 집중력이 좋은 배우다. 수민역을 다른 배우들에게도 보여줬는데 경악하고 거절했다. 노출도 세고 동성애 이미지도 있으니까. 이한은 원래 수민역을 하고 싶어 했다. 배우로서 욕심이 있어서겠지. 도시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재민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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