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11월19일(일) SBS 새벽 1시5분
죄책감은 불면의 밤이 되어 영혼을 잠식한다. 실수로 동료를 죽인 도머(알 파치노)에게 모든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도머를 사건으로 인도하는 안내자 프레드 역을 맡은 것은 니키 캣이다. 우직한 지방 경찰로 등장하는 그는 영화가 무거워질 때마다 무뚝뚝한 순박함으로 중량감을 덜어내는 재기를 발휘했다. 7살 때 연기를 시작한 캣은 TV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아역배우의 길을 걸었지만, 첫 고정 역할을 따낸 드라마가 조기종영되는 불운을 겪었다. 선이 굵고 다소 호전적으로 보이는 외모 탓이었을까. 성인이 된 뒤 그에게 안겨진 역할들은 대부분 두 가지였다. 건달이거나 흉악범이거나. 하지만 악역은 그에게 기회가 됐다. <베이비시터>의 교활한 10대, <서버비아>의 포악한 전직 공군, <타임 투 킬>에서 소녀를 처참하게 강간하는 건달 등 그는 모두가 마다할 역할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에서 <웨이킹 라이프>로 이어지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와의 인연, <영국인> <풀 프론탈> 등 스티븐 소더버그와의 연이은 작업은 그를 향한 감독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배우로서 탄탄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캣은 분명 잊을 수 없는 악역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