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초호화 케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꽤 재미있는 헐리우드 갱스터 무비이다. 원작이 지닌 엇갈린 운명의 긴장미도 재미있거니와, 명배우들의 연기를 비교하는 맛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간도>를 떠올리는 순간, 재미는 반감된다. <디파티드>의 사건과 액션은 커졌지만, 원작의 주인공 (특히 양조위가 맡았던 인물)의 초조하고 분열된 내면이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결말의 짙은 페이소스 대신, 허무개그 같은 유머와 완벽한 봉합이 자리한다. <무간도>의 핵심이 자아를 잃어버린 초췌한 인간 영혼과 (유덕화의 승리라는) 비관적이고 음습한 결말이 주는 절망감이었다면, <디파티드>는 그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것이다. 헐리우드는 붕괴되는 인간내면에는 관심이 없고, 사필귀정에 반하는 결말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까? 차라리 제목을 <아! 쥐새끼>라 하고, 살짝살짝 드러나는 유머를 대폭 강화했더라면,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덜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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