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몸 밖에 붙여야 하는 이상한 제품이 있다(물론 제조업자는 인정하지 않지만). 엄청난 중독성이 있음에도 어디에서나 구입 가능한 이 제품은 바로 담배다. 담배업계 로비회사인 담배연구소의 부소장이자 대변인인 네일러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에게 경멸에 찬 시선을 받으며 아들조차 그의 학교 방문을 부끄러워하는 남자지만 어지간한 상황은 거리낌없이 헤쳐나가는 인물이다. 그가 과연 지탄받는 직업을 합리화하고 아들에게 ‘윤리적 융통성’을 설파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마침내 의회 청문회까지 나선 그는 내심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의 제임스 스튜어트를 꿈꾼다. 그러나 그의 입심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는 ‘사랑스러운 지미’가 될 수 없다. 그에겐 근본적으로 선의 미덕이 없기 때문이다. 경쾌한 블랙코미디 <흡연, 감사합니다>는 진실이 사라진 땅에서 왜곡된 삶을 사는 미국인과 자유와 평화를 거짓으로 부르짖는 정치인을 풍자하는 영화다. DVD는 감독과 두 배우의 음성해설, 원래 결말이 포함된 13개 삭제장면(15분), 제작 스토리(9분), 주제에 관한 짧은 에세이 ‘미국: 혼란스러운 삶’(5분), 다양한 갤러리 등의 부록을 제공한다. 애당초 작은 독립영화였기에 이 이상의 부록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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