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리얼리즘 멜로'이다. 멜로 영화가 흔히 뽀샤시한 판타지라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 그들은 진공상태로 만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 사회관계도 없고 일상의 삶과도 무관하다. 섹스는 영원히 유보되거나, 한번의 섹스가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 이따금 이런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한다며 일상성을 강조하는 멜로가 시도되기도 한다. 결과는 두 갈래인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류의 무덤덤하고 아리송한 욕망 속에 결국 또다른 판타지를 제공하는 식이거나, 홍상수 영화류의 '사랑 없음!'을 일갈하는 신랄한 '안티-로멘스'가 그것이다.
하지만 어찌 사랑이 없기야 하겠는가? 사랑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절대적인 능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팍팍한 삶속에 위로와 안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딱 그 지점에서 사랑은 논한다. 주인공들의 문제는 우리들의 문제이고, 그들이 살고 있는 시공간은 우리들이 사는 시공간이다. 그들이 욕망을 느끼고 고민하고 저어하는 모든 것들이 참 더럽게 현실적이며 열린 결말조차 지독한 현실성의 반영이다. 그러나 묘하게 희망적이다. 이창동 감독의 조연출이었다는 신인 감독의 연출은 탄탄하고 매끄러우며 두 주인공의 연기도 무척 자연스럽다. 또한 이한위의 정신질환자 연기 역시 매우 사실적이다. 30대 이상의 관객이라면 100% 공감할 '리얼 멜로'. 최근 개봉작 중 한편을 본다면, 부디 이 영화를 고르시라.-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