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똑똑한 미녀의 인형놀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2006-11-24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박스에서 막 뜯은 바비 인형처럼, 김아중의 외모는 비현실적이다. 가늘고 긴 팔다리에 어딘가 도도해 보이는 얼굴까지. 옷을 거듭 갈아입히고 액세서리를 바꾸고 동작을 정지시키면서 촬영을 하고 있노라니 인형놀이를 하는 듯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 인형은 말까지 할 줄 안다. “사실 S라인이라느니 섹시하다느니 불렸는데 처음에는 왜 그런 식으로만 불려야 하는지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감사해요. 결국 좋은 작품 한편이면 제 이미지나 연기에 대한 평가가 될 테니까요.”

김아중이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좋은 작품’은 12월14일 개봉하는 <미녀는 괴로워>다. 95kg의 여성이 전신 성형수술로 쭉쭉빵빵 미녀가 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에서 그는 일생일대의 베팅을 했다. “제가 캐스팅 일순위가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저는 모험을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출연 결정을 했어요.” 특수분장을 통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여러 여배우들이 고사했던 이 프로젝트에 김아중은 그야말로 몸을 던진 것이다. 매일 4시간에 걸쳐 솜으로 된 옷을 입고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이 라텍스를 소재로 만든 글러브와 마스크를 써야 했던 그에게 더위나 무게보다 더 큰 문제는 연기였다. 피부의 촉감을 못 느끼니 울고 있어도 맨송맨송했고, 표정을 지으려면 얼굴 근육을 있는 힘껏 움직여야 했다. <어깨동무> <광식이 동생 광태>에 이어 불과 세 번째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벼락출세한 듯 보이지만 “수없이 떨어진 오디션을 통해 연기를 익히”는 나름대로 뼈아픈 입문과정도 겪었다는 김아중은 이제 막 연기자라는 드레스를 어색하지 않게 느끼기 시작한 ‘지능형’ 인형처럼 보였다.

* 실제로 다이어트 경험이 있다던데 영화 찍는데 참고가 됐나요?
고등학교 들어가면 야간자율학습을 하잖아요. 도시락 두개를 싸가는데 유유급식을 빼놓지 않고 먹었어요. 그리고 학교 매점이 너무 좋았어요. 떡볶이에 오뎅에 칡냉면까지 팔았는데 다 맛있는 거예요. 1교시 끝나면 오뎅, 2교시 끝나면 칡냉면, 이런 식으로 먹으니까 1학년 때 엄청 쪘어요. 2학년 올라가면서 뺐지만 남이 상처를 줘서 그런 건 아니니까 영화와는 무관하죠. 차라리 데뷔 초기에 방송국 다닐 때 경험이 더 관계있어요. PD님들이 절 보고 ‘도도하고 못되게 생겼다’며 눈꼬리 내리는 수술을 하라고 했어요. 못된 얼굴로는 주인공 못한다면서. 그때 상황을 많이 떠올렸어요.

* 미녀와 뚱녀, 남자들이 정말 차별하나요?
굉장히 심해요. 촬영 들어가기 전 특수분장을 한 채로 신사동을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실제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특수분장 티가 나는지도 궁금했거든요. 제과점도 가고 극장도 가고 했는데 남자들이 다 쳐다보더라고요. 심지어 “너 가져, 나 토할 것 같아, 저렇게 찌기도 힘들었겠다” 뭐 이러더라고요. 헉, 이럴 수가. 경우는 좀 다르지만 촬영장에서도 특수분장을 한 채로 나타나면 감독급 스탭분들은 툭 치면서 “어, 한나 나왔어? 밥은 먹었어?” 그러셨어요. 그런데 분장을 지우고 어쩌다 마주치면 “아… 안녕… 하세요” 이러시더라고요.

* 너무 도도하고 강한 여성으로 보여서 슬픈가요?
사실은 굉장히 소심한 극A형이에요. 자기비하도 심하고, 우울하면 장롱 속으로 들어가고, 우유부단해서 메뉴도 잘 못 골라요. 그런데 동료 남자 연예인들이 전화번호 물어보고 하는 경우는 없어요. 나이 많은 분들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서 너무 죄송스러워요. 게다가 제가 친절을 베풀면 다 가식으로 보더라고요. 속상할 때도 많죠.

* ‘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이름이 부담되진 않아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요. 그냥 가운데 중자 돌림인데 중심이라… 그러면 이렇게 짓자, 해서 지으신 거예요. 이름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어요. 제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우리 오빠는 ‘세계의 중심’인데 어떻게 살겠어요. 네, 세중이에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요. 친동생은 없는데 사촌동생 중에는 한중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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