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특별한 프로젝트 ‘시선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세번째 시선>이 막 개봉되는 시점에, 그 두 번째인 <다섯개의 시선>이 DVD로 출시됐다(초기 한정판에는 <여섯개의 시선>이 별도 제공된다 하니 연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잘하면 세편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이 연출한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배낭을 멘 소년> <고마운 사람> <종로, 겨울>은 차가운 시선과 마주하며 사는 다운증후군 소녀의 꿋꿋함을, 편견으로 똘똘 뭉친 남자의 못된 근성을, 탈북 소녀와 소년이 차가운 자유국가에서 겪는 비극을, 운동권 학생과 심문 수사관의 우화로 우회해본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2003년의 어느 겨울밤에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조선족 동포의 실화를 바라보는 다섯개의 올곧고 따스한 시선이다. 그 앞에서 우린 수치스러운 얼굴을 숨기느라 대신 눈물짓고 분노하게 된다. DVD로나마 ‘시선 시리즈’를 만나는 건 현실을 외면하며 얻은 부끄러움을 덜어내는 한 방법이다. 부록으로 메이킹 필름(11분), 관객과의 대화(21분), 감독 인터뷰(22분) 등이 제공된다. 작품은 물론 부록 하나하나에서 아름다운 감독, 아름다운 현장, 아름다운 관객이 느껴지는 정녕 아름다운 DVD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최신기사
-
[기획] 얼굴 없는 눈, 몸 없는 영화 2024 - 상반기에 주목했어야 할 독립영화들, <이어지는 땅> <벗어날 탈 脫> <서바이벌 택틱스>
-
[인터뷰] “신인 창작자들의 창작 기반을 마련해주며 저변 넓혀가겠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기획]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틀 곳이 없는 것인가?, 독립영화의 상영관 확보 문제와 극장 다양성을 막는 제도들
-
[기획] 독립영화 홍보·마케팅이 비슷해 보이는 구조적 이유 - 유동적이지 못한 지원 정책의 한계, SNS 시대에 독립영화가 겪는 난점
-
[기획] 독립영화는 왜 1만의 꿈을 꾸는가? - 1만 관객의 허상에 얽힌 배급·개봉 문제, 티켓 프로모션의 실효성과 위험성까지
-
[기획] 2024 상반기 위기의 독립영화에 던지는 질문들
-
[인터뷰] '돌들이 말할 때까지' 김경만 감독, 4·3에 대한 인식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