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마틴 스코시즈의 <디파티드>가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한 이유
2006-12-07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영화를 휘젓는 잭니콜슨의 과잉 연기

어느 스튜디오 감독들보다 마틴 스코시즈는 홍콩 뉴웨이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우삼은 <첩혈쌍웅>을 그에게 헌사했고 왕가위는 <비열한 거리>를 따라 자신의 첫 극영화 <열혈남아>를 만들었다. <택시 드라이버>의 비오는 슬로모션의 도시적 스타일은 수많은 홍콩영화들에 녹아들어갔다. 스코시즈는 최근 가장 강력했던 아시아의 액션영화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를 통해 이에 대한 보답을 보내고 있다.

유위강과 맥조휘의 2002년작 <무간도>의 뛰어난 이야기는 영화 역사의 두 번째 세기를 맞아서야 등장했다(만약 그전에 나왔다면 독자들은 알려주시기를). 강력한 조직의 두목은 소년기 아이를 데려다 경찰 조직에 심고, 경찰은 비밀 요원을 두목의 폭력 집단에 심어놓는다. 두 조직은 고정 첩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영화의 절정에 가서야 깊숙이 숨겨진 첩자 둘은 서로를 알아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중요한 극적 장치로 휴대폰이 사용되는데 <무간도>는 그 전제가 주연의 역할을 하는 흔치 않은 영화다. 스코시즈는 그러나 불가피하게 유명 배우들로 자신의 리메이크를 가득 채웠다. 맷 데이먼은 경찰로 변신한 조직원으로 나오고 (원작에서 유덕화가 맡은 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에 상응하는 (양조위가 깊은 감수성으로 연기한) 비밀경찰로 나온다. 젊은 배우들 위로 군림하는 잭 니콜슨은 비중이 높은 역- 원작보다 훨씬 더 부풀려진 폭력조직 두목- 을 연기한다. 증지위가 둥근 얼굴을 한, 기가 넘치는 악의 화신으로 <무간도>의 장면들을 훔쳤다면 잭 니콜슨은 첫 장면부터 영화를 휘젓는다.

<디파티드>는 상업영화로 제작되었지만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상상하진 마시라. 오프닝 장면에서 터지는 로큰롤 소리, 롤링 스톤스가 거리 싸움을 회상하는 장면을 위해 연주한 부분은 단연 스코시즈풍이다. 감독은 액션을 남부 보스턴의 비열한 거리로 옮겨 자신의 장기를 한껏 보여준다. 폭력단 조직원들보다 더 쌍스런 욕을 해대는 주인공들은 경찰들이고 현란하게 욕을 해댈 수 있는 아이리시 갱단원들은 이탈리아 갱단을 능가한다. 처절한 생존의 사투가 있고 범죄 조직의 두목은 음란한 광인이다. 인용된 존 포드 영화는 <추적자>가 아니고 필수적으로 <밀고자>다(영화 속 텔레비전에서도 중계되었다). 또한 가톨릭 죄의식도 짙게 깔려 있다.

<무간도>는 놀라우리만큼 쿨하고 홍콩 액션영화치고 효과적으로 절제되어 있지만 스코시즈는 극한 폭력으로 그 온도를 한껏 올려놓고 있다. 호전성과 중상이 넘쳐나 거의 쿠엔틴 타란티노 수준에 육박하는데, 타란티노의 영역을 넘보고 있으니 그것도 당연하겠다. 시나리오작가 윌리엄 모나한(지난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십자군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맡았었다)은 의도된 모독을 퍼붓는다. “야, 나무에 가서 고양이 새끼나 낳아라, 이 동성애자 놈들아!” 콜린(맷 데이먼)은 경찰 대 소방관 럭비 경기에서 상대에게 외친다. 물론 신부를 남색꾼이라고 욕하는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학교 운동장에서 들을 법한 대사들을 더하는 것 외에도 모나한은 두 주인공의 애정의 대상인 두 여자를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아주 자신없는 한 정신과 의사로 결합했는데 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배신의 가능성을 더하게 된다).

카메라의 위치 선정과 델마 스쿤메이커의 팡팡 이어지는 편집 등 기술적으로 영화는 일등급이다, 적어도 초반에는. 두 시간 반의 <디파티드>는 원작보다 50분이 긴데 부분 부분이 긴장을 일으킨다기보다 바로크적이고 영화의 결들이 전제를 삼키고 있다(절정처럼 느껴지지 않는 유혈 낭자한 차 충돌 총격장면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극중 베라 파미가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심리는 원초적이다. 가짜 경찰로 위장한 콜린은 자신의 속임수에 눌려가고, 쉽게 격해지고 우울증 약을 먹는 가짜 폭력 조직원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점점 불안해한다(디카프리오가 맡은 역은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완고한 그의 존재는 데이먼의 연기보다 더 효과적이다). 갖가지 배역들로 특징짓는 영화에서 마크 월버그는 욕을 가장 많이 하는 경찰로 가장 단순하고 동정적이며 (가장 웃기는) 연기를 펼쳐 두각을 나타낸다. 물론 맷 데이먼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를 하는 존재들이다. 그와는 다른 잭 니콜슨은 <이스트윅의 마녀들>(1987)에서 자신이 맡았던 악마적인 역을 다시 보여주며 점점 광적으로 변해가고 영화를 피범벅으로 만들며 술에 취해 조소하는 쥐의 얼굴을 흉내낸다(지옥의 악마처럼 아무리 광분해도 조직의 이인자 레이 윈스턴이 훨씬 더 무섭다). 스코시즈는 자신의 영화에 흉악하고 달갑지 않은 중심인물들의 연기를 집어넣길 좋아하는데,여기선 잭 니콜슨이 <갱스 오브 뉴욕>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맡았던 역의 콧수염을 잡고 빙빙 돌리는 듯한데 이는 제작자 하비 와인슈타인에게 해당되는 역이다.

망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지만, 감독이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제공하려 노력했음에도 <디파티드>는 어느 선까지만 효과가 있을 뿐 결코 감정적으로 관중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나는 내 환경의 결과가 되고 싶지 않아”라고 프랭크는 뽐낸다. “난 내 환경을 직접 만들고 싶어.” 주저리주저리…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것을. 공들여 만들어졌지만 잭 니콜슨이 없었다면 (그리고 한 30분 짧았다면) 고쳐지지 않았을까. 어쩌겠나, 스코시즈는 저 분장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야 했으니.

번역 이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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