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아시아영화에 관한 아시아적 관점이 필요하다
2006-12-01
글 : 스티븐 크레민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자)
번역 : 조혜영 (번역가)
유럽의 예술영화관을 수용하는 아시아 영화제들, 독자적 관점으로 새로운 영화 발굴해야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지 일주일 뒤에 한 한국영화 감독이 말을 걸어온 일이 있었다. 그는 중국의 추이즈언이 정말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감독인지, 그리고 정말로 그렇다면 왜 그런지를 알고 싶어했다. 추이즈언은 부산의 ‘아시아작가영화의 새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에서 집중조명을 받으며 작품 3편이 상영됐다. 수상 전력도 있는 그 한국 감독은 게이 인디 감독인 추이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대단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힐난하고 있었다.

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여러 세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외에 영화평론가, 시상식, 상업시장 등의 세력들도 있다. 아시아의 가장 유력한 영화제로서 부산영화제는 어떤 아시아영화가 세계적으로 상영될지를 결정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해마다 아시아에서 하나의 영화 행사에만 온다면 아마 부산에 온다고 보면 될 것이다. 1년에 단 일주일간 아시아영화 관람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때다.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잡다한 행사들 가운데서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이다.

부산이 아시아영화의 유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유일한 행사는 아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숨겨진 역사”라는 기치 아래 중국과 일본영화를 선보였다. 여기서 선보인 15편의 중국영화와 37편의 일본영화에는 호금전, 장위안, 미조구치 겐지, 스즈키 세이준 등을 포함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잘 기록된 감독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이 포함돼 있었다. 아시아 영화사의 명백한 정전들이었다. 11월 그리스의 테살로니키국제영화제에서는 “중국의 뉴시네마: 또 다른 시각”이라고 이름 붙여진 회고전에서 22편의 중국 본토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카탈로그 소개는 프로그램을 “서구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국 본토영화 유형의 스냅사진”으로,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접근하기 쉽고 이국적인 성격으로 덧칠해지지 않은 영화들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로맨틱코미디, 로드무비, 사이코스릴러들과 함께 멜로드라마틱한 대서사극과 재난영화를 포함하고 있다.

테살로니키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중 3편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됐던 것이다. 장위안의 <사랑해>, 리샤오홍의 <사랑에 빠진 바오버>, 닝하오의 <크레이지 스톤>이다. 22편의 장편 중 <사랑에 빠진 바오버>만이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전력이 있다. 홍콩과 부산이 아시아의 관점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면서 테살로니키의 프로그램이 중국영화에 대한 유럽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틀린 생각이다.

아시아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중국영화들은 유럽의 예술영화관 미학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즉, 베를린, 칸, 베니스뿐만 아니라 로테르담, 카를로비 바리, 산세바스티안, 로카르노 등을 포함한 유럽영화제들에 의해 정의되고 수락된 아시아영화의 얼굴을 띠고 있다. 영화제에서 전형적으로 상영되는 중국 지하전영은 중국 내에서의 억압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런 유의 영화에 대한 해외 시장수요에 대한 반응이다. 그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부산의 뉴커런츠 섹션이나 칸의 비평가주간을 겨냥해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닝하오의 좌충우돌 코미디 <크레이지 스톤>의 상영으로 폐막했다. 젊은 감독, 전혀 알려지지 않은 캐스트,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중국 내 영화에 있어 잠재적인 새로운 방향으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폐막작 선정으로서는 예외적이었다. 중국의 이런 상업영화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부산영화제가 강력한 입장을 활용하여 서구의 관점을 보강하기보다 이웃나라의 영화들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기록할 수 있다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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