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귀여운 정신병자. 사이보그는 건전지로 에너지를 충전한다며 식사를 거부해 같은 정신병원 환자인 남자친구 일순(정지훈)의 걱정을 산다. ‘cybernetic’과 ‘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는 생물에 기계장치를 결합한 형태를 뜻하는 말. 뇌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를 기계로 교체한 생명체를 주로 가리키는데, 인간과 닮은 모습에 인간처럼 사고하는 로봇에 속하는 인조인간,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장치인 로봇, 복제기술을 통해 인간과 유전자적으로 동일하게 만든 복제인간 등 다른 유사 생명체와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한데 묶여 다루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기계인간들은 타고난 운명 탓에 대대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가장 유명한 예는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 사이보그의 일종이자 복제인간인 그를 비롯해 레이첼(숀 영),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 등은 인간과 기계인간의 경계를 미세하게 뒤흔들었다. <에일리언4>의 아날리 콜(위노나 라이더)이 자신이 로봇이 만든 로봇이란 사실을 완벽하게 숨긴 전례에서 알 수 있듯 인간과 흡사한 외모 역시 그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 이유 중 하나. <A.I.>의 인조인간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처럼 어머니를 향한 강렬한 사랑마저 느끼니 그들을 어찌 기계라고 단정짓고 무시하겠는가.
그 밖에도 기계인간의 역사에 이름을 수놓은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생명체(혹은 기계)들로 적에서 동지로 변모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터미네이터, 사망한 경찰관의 두뇌를 이식받은 <로보캅> 시리즈의 로보캅, 이름 그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자랑하는 <스타트랙: 그 다음 세계>의 데이터 등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