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남자가 최면에 빠진 날, <천개의 혀> 촬영현장
2006-12-05
글 : 장미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11월21일 오후 8시. 드넓은 갯벌을 뚫고 충청남도 태안에 자리한 나문재 펜션에 도착했다. 바다안개에 휩싸인 위용이 미스터리스릴러란 장르에 딱 어울리는 배경이련만 이번 촬영은 건물 안에서만 진행된다는 게 제작사쪽 설명이다. “노총각 의사들이 부서지게 술을 먹는 자리”란 이규만 감독의 말대로라면 담배를 피워올리고 연무기로 연기를 만들고 모기향까지 동원한 스탭들의 분주함 역시 이를 표현하려는 행동일 터. 이날 촬영분에선 포커놀이에서 진 벌칙으로 정신과 의사 오치훈이 외과의 장석호에게 최면을 거는 장면을 담았다. “감독님, 유석이는 술 취한 거 같은데. (웃음)” 오치훈 역을 맡은 김태우가 장석호 역의 정유석을 가리키며 대뜸 농담을 던진다. 실제로 배우들 앞엔 알 수 없는 음료가 있었는데 매실주란 일부 증언에도 김태우는 끝내 실론티라고 주장했다.

“이윤진 감독과 등산을 하다가 ‘수술 중 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대해 들었고 산을 내려오며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20년 전 발생한 초등학생 살인사건을 최면술이란 소재를 이용해 풀어가는 <천개의 혀>는 이규만 감독의 데뷔작. “상처받은 사람들의 얘기다. 천 가지 상처가 될 수도, 그것이 낳은 천 가지 거짓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규만 감독의 설명에 “직업이 중점이 되는 영화는 아니다”는 김태우의 선언까지 듣고 나니 스릴러란 얼개도, 각 인물들의 사연도 놓치지 않으리란 일종의 야심이 느껴졌다. 의학 지식이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영화라 수술실 장면이 대거 등장하지만 다행히 명지병원 수술실을 빌릴 수 있어 리얼리티를 살리는 한편 제작비도 절감했다고 한다.

<얼굴없는 미녀>에 이어 또다시 정신과 의사를 연기하는 김태우와 <너는 내 운명>에서 아내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던 정유석 외에도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명민, <나의 결혼원정기>의 노총각 유준상, <인형사>의 김유미 등이 등장한다. 12월3일 촬영을 마친 <천개의 혀>는 2007년 상반기 극장가를 찾을 예정.

“디테일의 ‘간지’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천개의 혀> 김지우 미술감독

“그전에는 SBS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달동네를 표현한 오픈세트를 작업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다 청솔이란 세트회사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 일에 참여하게 됐다. 병원신은 세팅이 다 돼 있는 명지병원 수술실을 사용해 다소 편했다. 하지만 공간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관심을 기울일 부분이 많았고 그 부분의 디테일은 연출부가 넘겨준 자료를 보는 등 조언을 받아야 했다. 이규만 감독님은 리얼리티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아주 작은 소품이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컨셉이나 신, 인물의 정서에 잘 부합하길 원하신다. 아까 펜션 안에 있던 테이블 역시 컨셉에 맞춰 직접 디자인한 거다. 그외에도 극중 강욱환이란 인물이 주소를 적은 종이쪽지를 펼쳐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욱환이의 글씨체 때문에 그 종이를 여섯번이나 다시 만든 기억이 있다. 나름 글씨의 간지를 살리기도 했지만 감독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욱환이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글씨를 잘 쓰지 못할 거란 생각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아쉽고 항상 정직하게 일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될 때 가장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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