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007 카지노 로얄>이나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신작 <천년을 흐르는 사랑> 등의 블록버스터를 볼 때 빠지지 않고 관객의 환호성과 동시에 비웃음(?)을 사는 예고편이 있다. 바로 <록키 발보아>로,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영화 시리즈 6탄이 되겠다(미국 12월22일 개봉, 한국 2007년 2월1일 개봉예정).
30년 전인 1976년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1편의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 박물관 계단을 뛰어올라가 두손을 번쩍 드는 장면이 나오자 관객은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이 장면이 <록키> 6편을 예고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객석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록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소개된 지 이미 16년이 지났으며, 주인공으로 나왔던 스탤론 역시 올해로 60살이다. 또 지난 97년작 <캅 랜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그는 얼마 전 가족영화 <스파이 키드3>에 잠깐 얼굴을 비쳤고, 리얼리티 권투쇼인 <컨텐더> 등에 나온 것이 전부다. 천하의 ‘록키’와 ‘람보’가 미국 내에선 사람들에게 잊혀진 삼류 배우로 전락해버린 것. 그러나 최근 영화 포털사이트 ‘IMDb.com’이 실시한 ‘12월에 가장 기다려지는 영화’에 대한 투표에서 근소하나마 <록키 발보아>가 1위를 차지했다(총 1만9852명 참여 중 10.6% 차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탤론은 <록키> 6편 제작에 대해 영화사 고위 관리들은 물론 친구들과 부인까지 ‘민망’하고 ‘창피’당할 것을 우려하며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이번 영화 제작을 결정한 것은 “지난 15년간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록키 발보아>는 유명 스포츠 TV에서 컴퓨터로 제작한 록키와 현재 챔피언 딕슨의 가상경기를 방송하고, 이에 힘입어 딕슨과 록키가 실제 경기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이 스탤론의 커리어와 함께 성장해온, 이제는 은퇴할 연령에 들어선 ‘베이비 부머’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이비 부머’들 역시 “무대를 떠나기 주저하는” 록키의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60대로 접어든 노년 연기자들도) 아직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스탤론. 예고편을 보면 흔한 할리우드의 상술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상 후보를 노린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대부분인 연말 극장가에 정감어린 <록키>의 부활은 아마도 다른 영화들보다 더 많은 관객이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