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로큰롤과 함께한 길 위의 청춘
2006-12-14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EBS 12월17일(일) 오후 2시20분

<청춘 낙서>는 미국의 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대학 입학을 앞둔 청춘들의 하룻밤을 다룬 영화다. 캘리포니아 북부 작은 도시에 사는 커트(리처드 드레이퍼스), 스티브(론 하워드), 테리(찰스 마틴 스미스), 존(폴 르 매트)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각기 대학과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는 패스트푸드 식당 ‘멜스 드라이브인’(Mels Drive-In)과 도시의 자동차 도로 그리고 댄스파티가 벌어지는 학교를 오가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물들은 모였다 흩어지며 작은 도시의 작은 공간들에서 자신들만의 마지막 밤의 추억을 만든다. 그 추억에는 연인과의 사랑, 여자들과의 짧은 만남, 음주, 춤, 건달과의 싸움, 카레이싱 등이 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20대를 바라보는 지극히 평범한 청춘들의 하룻밤 소동극이다.

조지 루카스가 막 영화계에 데뷔하여 만든 이 작품은 그의 학창 시절을 배경으로 한 만큼 개인적인 기억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 미국의 시골 도시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은 도시의 풍속도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길 위의 청춘’, 즉 자동차와 관련된 에피소드에 할애되고 있다. 이를테면 차를 운전하는 역동적인 상태에서 인물들은 여자를 유혹하고 대화를 나누고 사건을 도모한다. 청춘과 자동차의 이 필연적인(?) 관계에서는 다분히 미국적인 냄새가 난다. 무엇보다 영화는 라디오에서 퍼지는 음악을 각기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산만한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매개로 활용한다. <청춘 낙서>에서 음악은 말 그대로 지속되는데, 한 음악이 끝나면 바로 다른 음악이 이어지는 식이다. 당시 유행했던 거의 모든(세어보지는 않았지만 30곡 이상은 될 것이다) 로큰롤이 청춘의 마지막 밤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루카스 필름, 코폴라 컴퍼니, 유니버설픽처스가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제작비 125만달러를 들여 55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의 성공으로 1977년 <스타워즈>를 만들 수 있는 돈과 명성을 얻었다. 고향을 떠나기 전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예컨대, “인생을 찾기 위해 인생을 떠난다”, “새로운 친구를 찾기 위해 친구들을 떠난다”와 같은 향수 가득한 문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 도대체 왜 우리가 50년 전의 미국 냄새 가득한 청춘기를 봐야 하는지 묻는다면, 글쎄, 좋은 질문이라고 대답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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