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KT&G 상상메이킹 사전제작지원작 <도시 비둘기> 촬영현장
2006-12-12
사진 : 이혜정
글 : 강병진
지하철 영감님의 댄스배틀, 랩배틀~

“이 소리가 이렇게 싫을 줄이야.” 지난 10월26일, 천안행 1호선 지하철 안. 소형 캠코더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김세연 감독이 한숨을 내뱉는다. 노량진역을 통과하면서 촬영을 시작했지만 역마다 쩌렁대는 안내방송 탓에 시흥역을 지날 때까지 한컷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급한 상황에서도 감독의 주문은 더욱 섬세해진다. “선생님, 손으로 말을 해주세요”, “조금 전보다 눈 끔뻑이는 속도를 약간만 늦춰주세요”. <도시 비둘기>의 두 주인공인 연극배우 권혁풍과 성병숙도 지하철의 심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의 요구를 경청한다.

KT&G 상상메이킹 사전제작지원작인 <도시 비둘기>는 KBS <8시 뉴스>의 한 꼭지에서 출발한 영화다. 천안행 지하철이 개설되면서, 갈 곳 없는 노인들이 하루 나들이로 천안을 오가는 일이 많아졌다는 내용이다. 평소 천안행 지하철을 자주 타던 김세연 감독은 뉴스를 본 뒤 지하철을 탄 한 노인이 젊은 승객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환상에 젖는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순간에는 뮤지컬과 액션, 비보이의 화려한 댄스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띄울 계획. 특히 김영감 역을 맡은 권혁풍은 춤과 랩으로 비보이들과 배틀까지 벌인다고 한다. 실제 지하철에서 본 사건과 인물들을 그대로 담아낸 김세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지하철 안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사이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꿈같은 나들이를 담는 영화지만, 촬영현장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정차 때마다 밀려드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씩 찾아오는 승무원과 공익근무요원에게 일일이 촬영허가서를 확인받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현장을 이끄는 김세연 감독의 목소리에는 씩씩함이 묻어난다. “주위 사람들이 다들 세트를 빌려서 CG로 처리하라며 현장촬영을 말렸다. 하지만 단편영화 형편에 CG가 웬 말인가. 어떻게든 밀고 가는 수밖에 없다. (웃음)”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이날 촬영은 해질 무렵 영화의 에필로그를 찍은 뒤 마무리되었다. 이후 인서트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칠 <도시 비둘기>는 12월18일 공개시사를 통해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시 비둘기> 배우 성병숙

“버섯돌이 목소리도 했지만, 연기는 노역 전문이죠”

<도시 비둘기>에서 윤여사 역을 맡은 연극배우 성병숙은 낯익은 얼굴이기 전에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만화 <찰리 브라운>에서 피아노 연주를 즐기던 슈로더, <뽀빠이>의 연인 올리브, 심지어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대마왕의 하수인이었던 버섯돌이까지 모두 그의 목소리를 빌렸다. 성우로서는 주로 아역을 맡았지만, 실제 연기생활에서는 노역 전문이라고. “밤 10시에 감독에게 전화받고 12시에 만났는데, 역시나 감독이 말하길 딱 윤여사가 걸어오고 있었다고 하더라. (웃음)” 그는 <도시 비둘기>에 대해 “동심을 간직한 채 나이만 먹은 아름다운 노인들의 슬픈 이야기”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 감각이 정말 좋다. 노인문제를 갖고서도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도시 비둘기>는 노년층과 젊은층 사이에서 다리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 비둘기>는 지난 2001년 출연한 <내복>(감독 신철호) 이후 두 번째 단편영화. “가내수공업인 만큼 좋은 사람들과 더욱 가깝게 손발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단편의 매력이다. 현재 탤런트 이순재와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영화 <이대근, 이댁은>과 <식객>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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