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지 PD의 두 마리 토끼,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현우
2006-12-14
글 : 박혜명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아는 사람은 아는 일. 지현우는 연기보다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배우이기 전에 기타리스트다. 1984년생인 그는 5년 전 신문 공고를 보고 그룹 ‘문차일드’의 공연 세션으로 지원해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문차일드’가 재정비된 그룹 ‘MC The MAX’의 세션으로까지 활동했다가 2004년에는 ‘더 넛츠’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정식 데뷔를 치렀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때 강압적으로”. 형은 피아노, 그는 기타를 잡았다. 미술학원-피아노학원-영어학원-논술학원으로 이어지는 초등교육 필수 과외 코스로서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마음이 좋아하는 것 이상이었던 부모님의 순수한 뜻에 의해서였다.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게 하려는 바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뛰놀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며 엄한 부모님 말씀에 순종해서 음악을 했다고 한다. 통기타를 들고 포크송, 뽕짝, 팝송을 연주하다 열한살 때 “웅장하고 기교 화려한” 메탈리카를 알았고 그 뒤로 오랫동안 록음악에 빠졌다. 키보디스트인 형과 형 친구들하고 어울리며 지현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음악만 하고 살 줄 알았던 자신이 연기에 발을 들인 계기는 ‘문차일드’의 공연 세션 멤버 때 만난 현재 소속사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고서다. 호기심, 걱정, 욕심 등이 뒤섞인 어린 마음으로 EBS <학교 이야기>에서 전초전을 가졌다. “연기자로 인정받는 데에 더 좋을 거란 생각에서” KBS 공채 단계를 밟았을 때가 2003년. “혼자 집에서 거울 보고 연습하고 녹화해서 돌려보고 그랬는데, 연기자를 뽑을 때 연기만 보는 게 아니더라고요. 모든 오디션은 면접이 제일 중요한 것 같거든요. 대놓고 물어보세요.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냐. 아무개보다 네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때 기 죽으면 안 되고 떳떳하게 얘기하니까 잘 봐주신 것 같더라고요.” 그 시험에 합격한 뒤 “내가 연기를 해도 되겠다”는 작은 확신을 그는 얻었다.

<알게 될 거야>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 <황금사과> 그리고 <오버 더 레인보우>까지 KBS 드라마 4편, <사랑하니까 괜찮아>와 드라마를 영화화한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 영화 2편. 2003년에 데뷔한 연기자치고 그가 쌓은 3년의 커리어는 결코 적지 않다. 그동안 많은 걸 배웠다. <올미다>를 하면서는 선배님들과의 작업 속에서 1·2·3번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법을,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하면서는 백댄서 출신의 가수 지망생 역할 때문에 춤 연습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영화 촬영(<올미다>)마저 겹쳐 극한의 스케줄 속에 체력의 한계를 넘는 법을,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할 때는 감정이 가장 좋을 때를 놓치지 않고 연기로 쏟아내는 법을 배웠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드라마 <올미다>를 촬영할 때 매번 다른 애드리브를 내놓는 선배 예지원 앞에서 적당한 대응을 못해 당황하던 신인은 이제 없다. 영화 <올미다>의 지현우 PD는 드라마 <올미다>의 지 PD보다 더 성숙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되었다.

지현우는 12월에 ‘더 넛츠’의 2집을 내놓는다. 영화 <올미다>와 앨범 홍보를 동시에 하느라 많이 바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좋은 건데 어떻게 보면 양쪽 다 조금씩 서운한 게 있겠죠. 그니까 어느 한쪽으로 팽팽하게 당기면 안 되고 조절을 잘…”이라면서 솔직한 요령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연기할 때의 짜릿함,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을 맞출 때의 느낌을 즐긴다는 게 얼핏 상상이 안 될 만큼 그의 말투는 조용하고 소극적이고 짧기만 하다. “본래 말도 많고 낙천적인 성격인데 사회생활을 하다 치이고 상처받으면서 변했다”는 그에게서, 욕심과 사심없이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순진함 혹은 순수함이 간혹 엿보이기도 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요즘 와서 느껴요. 점점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을 한참 하던 와중에, 우연히 조니 뎁이 기타리스트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 그렇게 하는구나. 괜찮은 것 같아요. 강박관념은 없어요.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일리스트 이경애, 조현옥·의상협찬 제너럴 아이디어 by 범석·액세서리협찬 BOSS·헤어 및 메이크업 장은삼(라 뷰티 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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