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저스틴은 엄지손가락을 빠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소심함을 달래려 화장실에 숨어 손가락을 물곤 한다. 상담 결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저스틴은 각성제 처방을 받은 뒤 자신감 넘치는 똑똑한 소년이 되지만 이번엔 남에게 거부감을 주는 거만한 괴물 취급을 받고 만다. 혼란을 겪는 십대 소년의 성장기인 <썸서커>는 기대했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작품은 못 된다. 삶의 질문, 슬픔, 신비보다 빛나는 미래의 영광을 좇는 현실적인 소년 저스틴은 홀든 콜필드의 후예가 되기엔 너무 얕으며, 성장영화의 외피를 두른 영화는 소년의 고통만큼이나 어른들의 그것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년의 부모와 정신적 지도자 역을 맡은 배우가 빈센트 도노프리오, 틸다 스윈튼, 키아누 리브스, 빈스 본인 것은 의미 깊은데, 십년 혹은 멀리 이십년 전 그들의 눈에서 본 고독과 불안의 불빛이 <썸서커>에서 꺼지지 않고 되살아난다. 십대에 꺾인 꿈은 그를 괴롭히고, 가족의 불행은 그녀의 두려움이며, 존재에 대한 질문은 그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았기에 그들의 눈에 여전히 흔들리는 존재가 비치는 바, 그들의 눈을 빼닮은 저스틴 역의 루 푸치가 첫 주연작으로 베를린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수긍할 만한 일이다. <썸서커>는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이고 가끔 과장되고 초현실적인 순간은 기분 좋은 우울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감정들이 제대로 드러나거나 소통되지 않는 드라마가 안고 가기엔 풀어야 할 주제들이 많이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삶의 정답을 찾기보다 정답없이 살아가라’는 말은 그럴싸하긴 하나 어른으로의 길을 떠나는 소년에겐 무책임하게 들렸을 것이다. 참, 폴리포닉 스프리와 영원한 소년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는 미국 인디영화 특유의 달콤씁쓸한 정서를 전하는 데 최고다. 감독 음성해설, 감독과 원작소설을 쓴 월터 컨의 대화(42분), 영화 뒷이야기(22분) 등의 DVD 부록은 영화 이해에 도움을 줄 것임에도 한글자막이 없어 제구실을 못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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