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임마, 난 니가 참 좋아, <굿바이 데이> 촬영현장
2006-12-19
글 : 김수경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저희 파슨스 스쿨은 1906년에 창린된 100년 전통의 뉴욕 제일의 아트스쿨입니다.” 외국인의 낭랑한 목소리가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불룸 안에 울려퍼진다. “통역관, 통역하지 마세요. 나중에 후시녹음할 겁니다”라는 연출부. 이곳은 유상욱 감독의 신작 <굿바이 데이> 촬영현장이다. 호진과 우민이라는 두 고등학생이 만들어가는 동성애를 그려내는 <굿바이 데이>는 지난 11월10일 촬영을 시작했다. 오늘은 미국 유학 설명회에 참석한 호진(윤지후)과 우민(김광영)의 모습을 촬영한다. 재벌총수 아들 우민은 자신이 사랑하는 호진이 그림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만 힘든 집안 형편 때문에 고민하는 걸 알고 그를 돕는다. 모델 출신 윤지후는 “과연 이 사랑을 내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데뷔 소감을 밝혔다. 사극에서 자주 얼굴을 알린 김광영은 “두 인물의 우정에서 출발해서 사랑으로 변해간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지난해 <종려나무숲>으로 오랜만에 충무로에 복귀한 유상욱 감독은 “이 영화는 내가 구상하고 있는 퀴어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1984년에 MBC 문학상을 수상한 <허무의 이름들에게>를 통해 동성애를 다룬 경험이 있다. 우민의 어머니 채영 역은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강문영이 맡았다.

트랙을 타고 수평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면 30여명의 엑스트라 사이에 나란히 앉은 호진과 우민의 모습이 보인다. 유학 설명책자를 만지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책장 넘길 때 소리 안 나도록 조심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는 연출부 목소리. 카메라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는 엎드려 자고 있는 보조출연자들의 모습도 간혹 보인다. 설명회 좌석 끝자락에 앉은 유상욱 감독의 목소리가 메가폰을 타고 쩌렁쩌렁 울린다. “연출부, 통역관 어디 갔어?” 두 주인공을 잡는 카메라가 어느 선까지 들어갈 것인지를 촬영감독과 감독이 논의한다. 마지막 인서트를 찍는 과정에서 칸막이를 호텔 직원들이 걷어내자 조감독이 “10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한 끝에 낮 촬영이 마무리됐다. <굿바이 데이>는 뉴질랜드 로케이션을 거쳐 내년 4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조철호 촬영감독

“HD로 소년들의 사랑 느낌을 생생하게”

마지막 인서트 때문에 좁은 공간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몸을 웅크린 <굿바이 데이>의 조철호 촬영감독은 원래는 방송국에서 교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1997년 어느 날, 그는 폴란드로 훌쩍 떠난다. 당시 “<아나콘다> <가을의 전설> 정도만 봤던” 조철호 촬영감독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폴란드 우츠영화학교의 시험이 당혹스러웠다. 오늘 촬영 분량처럼 면접 당시 “통역으로 나선 송일곤 감독의 엄청난 도움”으로 그는 무사히 입학한다. 2002년 귀국한 폴란드 스탭과 함께 조명부로 참여한 <밀애>가 첫 충무로 영화. 이후 <인형사>로 데뷔했고, <무림여대생>를 촬영했다.

<굿바이 데이>는 유상욱 감독의 전작 <종려나무숲>처럼 HD로 촬영된다. 카메라는 소니900F에서 배리캠으로 변화됐다. <굿바이 데이>를 통해 처음 다뤄보는 HD카메라와 촬영에 대해 “필름에 비해 조명이 예민해서 특히 하이라이트가 강조되는 부분에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조철호 촬영감독은 말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오늘처럼 타이트한 앵글로 실내 장면을 찍는 데는 매우 탁월하다”고 전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풍광을 배경으로 소년들의 사랑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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