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착해빠진’ 영화 <스위트 크리스마스>
2006-12-20
글 : 강병진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러브 액츄얼리>처럼 만든다면?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이다. 뉴욕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살피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로즈(수잔 서랜던)는 크리스마스로 들뜬 도시가 오히려 우울하다. 결혼을 앞둔 니나(페넬로페 크루즈)와 마이크(폴 워커)는 마이크의 병적인 의처증 탓에 이별 위기에 놓이고, 카페에서 만난 이상한 노인 아티(앨런 아킨)는 마이크에게 미묘한 시선을 던지며 그의 성질을 돋운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병원 응급실을 찾는 줄스(마커스 토머스)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 어린 시절 병원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파티의 행복한 잔영을 간직한 그는 환자가 아니면 낄 수 없는 병원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동석하기 위해 자신의 팔까지 부러뜨리는 지경에 이른다.

현실에 지치고, 사랑에 목마르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은 1년에 딱 하루 크리스마스를 통해 구원받는다. 이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이자 크리스마스 시즌의 영화가 전해주는 익숙한 행복이다. 하지만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제목의 느낌처럼 연인 관객의 핑크빛 크리스마스를 부추기는 영화가 아니다. <스위트 크리스마스>의 원제는 ‘Noel’(프랑스어로 크리스마스). 영화는 별다른 형용사를 붙이지 말고 크리스마스 본연의 정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로즈는 어머니의 병실 옆에서 홀로 투병 중인 남자에게 다가가 뜻하지 않은 위안의 기회를 얻고, 마이크는 아티의 사연을 통해 니나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임을 깨닫는다. 줄스는 어린 시절의 악몽 같은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한다. 자신을 반성하고, 주위를 돌아보고, 그로 인해 행복을 얻는 계기를 제공하는 영화의 기적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며 개과천선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하지만 그토록 선량한 의지를 담은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달리 말해 ‘착해빠진’ 영화다. <스위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배우에서 감독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 채즈 팔민테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곤경에 처한 인물들을 보듬는 것에 만족한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각본은 인물들의 애처로운 사연 속에서 방황하고, 기적의 환희에 대해 냉담하다. 수잔 서랜던과 로빈 윌리엄스,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도 영화의 잠언 안에 갇혀 있는 느낌.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이맘때면 울려퍼지는 백화점 안의 캐럴처럼 지금이 12월이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것에 머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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