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로버트 알트먼의 유작이 되길 원하지 않았고, 그의 죽음 전에 도착한 DVD에 흔한 추도사 한마디 있을 리 없다. 그러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분명 스완송이 맞기는 맞나보다. 극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른한 여름날> <안녕, 엄마>가 나오자 바로 눈물이 흐른다. 개리슨 케일러와 메릴 스트립은 노래한다, “당신이 여기 있으면 좋겠다”고, “모두 편히 잠들었다”고. 죽음의 얼굴을 보며 어떤 경련이 일었기 때문일까, 알트먼은 죽음의 천사인 ‘위험한 여인’ 역이 왠지 싫어 영화 속 비중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엔 대략 15번의 죽음이 말해지고, 죽음의 천사가 찾아오고,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친구하자고 미소짓고, 늙은 무명가수는 죽고, 라디오쇼엔 마지막 날이 찾아온다. 극중 편집된 10개 연주와 6개 광고의 확장 장면(30분), ‘쇼의 기원·각색·영화의 지도자·최고의 배우들·노래와 연주·종료’로 나뉘어 제작된 메이킹 필름(49분), 인터뷰(10분)를 수록한 DVD의 부록에서도 알트먼의 마지막 한숨이 느껴진다. 언젠가 ‘훗날 알트먼의 이름을 기억하며 아픈 마음으로 마주할 영화는 <내슈빌>이나 <숏 컷>이 아닌 <프레리 홈 컴패니언>일 것이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건 결국 이 DVD를 종종 꺼내볼 거란 얘기가 되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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