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귀환하지 못하는 자의 혼란을 그린 <웨이킹 라이프>의 마지막 대사는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필립 K. 딕의 <흘러라 내 눈물아, 경찰관이 말했다>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링클레이터는 <웨이킹 라이프>에 이어 애니메이션에 다시 도전하면서 아예 딕의 소설 <스캐너 다클리>를 영화화하기로 한다. 두 영화가 실사 촬영본 위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것 또한 현실과 꿈 그리고 이중적인 존재의 경계를 표현하는 데 더없이 어울린다. <웨이킹 라이프>에 비해 <스캐너 다클리>는 좀더 섬세하고 실사에 밀착된 애니메이션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며, 마약과 통제사회로 집약된 주제는 좀더 어둡다. 감독 링클레이터와 주연 키아누 리브스, 딕의 딸 이사 딕 하켓, 제작자 토미 팔로타, 작가이자 딕 연구가인 조너선 리섬이 총집결한 DVD 음성해설의 내용이 다양하고 깊이있는 건 당연한 일. 사전에 시시껄렁한 주변 이야기 따위는 피하겠노라고 약속했다는 그들은 소설가 딕과 소설의 주제에 대한 충실한 의견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한다. 오죽했으면 그들 스스로 정신과 상담시간으로 부를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분석을 다 담기 위해 영화가 끝난 뒤에 검은 화면을 이어 붙여야만 했다. 특히 딕의 딸 하켓은 <스캐너 다클리>가 왜 딕의 자전적 소설인지 밝혀주는데, 딕이 1970년대 초반 이혼 뒤에 공동체를 구성했던 일이며, 각성제 중독으로 인해 재활원에 갔던 과거, 정부의 음모와 감시체계에 대한 강박증 등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권력을 얻고 사람을 착취하기 위해 끝없는 전쟁이 시작됐고 그 전쟁의 희생자가 체제에 예민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원작에서 다룬 마약과의 전쟁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에 빨리 영화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링클레이터의 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전원은 입을 모아, 존재하는 게 불가능했던 영화였으나 모두의 노력으로 완성됐다면서, ‘각자 원하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거라고 말한다. 꿈을 성취한 자들의 부러운 일성이다. 기타 부록인 실사 촬영 메이킹 필름(27분)과 애니메이션 작업 메이킹 필름(21분)에도 훌륭한 정보가 한가득 담겨 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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