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는 건 그의 입만이 아닌 모양이다. 우디 앨런은 지칠 줄 모르고 영화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한동안은 범작들을 내놓더니 <매치포인트>를 기점으로 고색창연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스쿠프>는 <맨하탄 미스터리>의 창조적 리메이크 버전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탐정 흉내를 내던 주인공 부부를 노인과 소녀라는 짝으로 뒤바꿔놓은 듯하다. <매치포인트>에 이어 스칼렛 요한슨이 다시 주연을 맡았고, 우디 앨런이 그녀의 조력자로 나선다. 언뜻 최악의 짝꿍일 듯싶지만 신기하게도 둘은 서로의 지렛대 역할을 하며 충분히 어울린다. 그리고 이번에 스칼렛 요한슨을 사로잡을 남자는 휴 잭맨이다.
언론계의 ‘특종’ 전문 기자 짐 스트롬벨의 장례식. 동료들은 살아생전 그의 업적을 되새기며 노닥거리고 있다. 그러나 특종이라면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짐 스트롬벨은 저승길 가는 배 안에서 우연히 큰 정보 하나를 얻게 된다. 젊고 잘생긴 갑부 피터 리만(휴 잭맨)이 사실은 유명한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이다. 짐 스트롬벨은 삼류 마술사 시드(우디 앨런)의 마술상자에 환영으로 등장하여 마침 무대에 올라 상자 안에 갇혀 있던 열혈 기자 지망생 손드라(스칼렛 요한슨)에게 그 정보를 준다. 손드라는 피터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시드를 동원해 딸과 아버지인 척 위장한 뒤 피터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진위는 오리무중이고, 급기야 손드라는 점점 더 피터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스쿠프>는 <매치포인트>와의 이중무를 연상하게 할 만한 영화다. 그러나 <매치포인트>가 죄와 죽음에 대한 웅장한 인상을 심어준 작품이었다면, <스쿠프>는 간단하고도 귀여운 그러나 여전히 우아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틈이 없다. 매력적이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는 우디 앨런만이 낼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의 질문도 기다리고 있다. <매치포인트>를 좋아했거나, 혹은 좋았어도 그 감성이 너무 짙어 부담이 되었다면, <스쿠프>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후기가 될 듯하다. 2007년 2월1일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