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2월26일
장소 메가박스 신촌
이 영화
동화로 현실을 데울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소녀의 이야기. 엄마(배종옥)와 함께 단둘이 사는 차상은(강혜정)은 정신지체 3급이다. 스무살 성년식을 일곱살난 꼬맹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이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자신을 끔찍히 아껴주는 엄마가 있고, 심심할 때면 상상을 펼쳐 동화 속 캐릭터들을 불러내면 되니까 말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엄마의 격려만으로도 세상이 마냥 즐겁기만 한 상은은 어느날 낯선 존재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물불 안가리는 꼴통이라는 소문을 달고 다니는 교통의경 종범(정경호)을 백마 탄 왕자라고 착각한 상은. 두 사람은 잠깐의 데이트를 이어가지만 종범은 상은이 장애를 앓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이별을 통보한다. 단짝 엄마에게마저 입을 다문 상은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첫사랑의 감정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뒤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허인무 감독의 두번째 작품. 1월11일 개봉한다.
말X3
“그런 질문 너무 많이 받았다. 사실은 감독님이랑 상은이랑 굉장히 닮았다. (감독님을) 관찰하는게 가장 어려웠다.(웃음) 부족한 건 촬영 전날마다 수다를 통해서 해결했다”
-7살배기 아이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강혜정의 말 중에서.
100자평
“눈물이 고이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터지기만을 바라는 영화에 허브향은 어울리지 않다. 사랑에도, 이별에도, 죽음에도, 너무나 적응 잘하는 정신지체아도, 보기엔 밝고 즐겁지만 감정 이입을 하기엔 걸림돌. 슬프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좀 더 충실하게 보여줬다면, ‘허브’라는 제목에 좀 더 충실했다면…. 진심을 느끼기엔 조금은 부족한 영화”
-정재혁(<씨네21> 기자)
“장애를 ‘겪는’ 이들이 현실과 맞닥뜨리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말아톤>을 연상시킨다. 단, <말아톤>의 초원이가 <동물의 왕국>을 통해 세상을 간접 학습한다면 <허브>의 상은이는 <미녀와 야수>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상은이 동화를 제맘대로 뜯어고치고, 또 동화 속 인물들과 말다툼 하는 판타지 장면들은 충분히 웃음을 안길 듯. 그러나 후반부의 익숙한 최루 장치들은 지나친 반복으로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말의 함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는 상은의 대사들은 상황에 따라 엔돌핀을 솟게하고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매 순간 성공적이진 않다. 아역배우를 보는 듯한 강혜정을 비롯 배종옥, 정경호 등 배우들에겐 만족 1표. 클로즈업 위주의 연출로 일관하는 감독의 지나친 안전제일주의에 대해선 아쉬움 1표!”
-이영진(<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