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문가 100자평] <블러드 다이아몬드>
2007-01-08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군자금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가 '(돈)세탁'과정을 거치면서 1세계 유통망으로 흘러드는 과정을 그린 고발 영화이다. 3세계의 참혹한 내전 상황과 1세계의 영악한 이윤 논리를 그린 몇몇 영화들 (<로드 오브 워>, <시리아나>등)에 비해 파고드는 진실의 수위가 높지 않으며, 드라마로 구성된 내전의 상황이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다. 인물들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상황은 지루하게 반복된다. 디카프리오가 분한 아프리카 출신 백인은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인물이었건만, 한몫 챙겨 떠나고 싶어한다는 짜증스러운 표정 외에 남는 것이 없다. 아들을 찾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흑인은 그저 '아버지'일 뿐, 아프리카 인으로서의 고뇌는 담아내지 못한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전쟁의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개인이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통찰하지 못한다. 아프리카 백인과 흑인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결국 이들은 죽거나 혹은 (운좋게) 살아남아 피해를 증언할 뿐이다. 그들은 도망자이거나 피해자일뿐, '앎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알리는 작업은 (미국)외신기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는 영화의 시선이 결국 누구의 것인지를 알려준다. 영화는 자막까지 동원하여 1세계인들에게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사지 말라!'고 캠페인 한다. 1세계에 의한, 1세계를 위한, 1세계의 영화! 다이아몬드를 살 구매력이 있는, 1세계 특별한 소비자들에게만 보여주어도 될 것 같은 영화이다.-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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