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장이모의 <황후화>, 첫 공개
2007-01-1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시 1월 12일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중국 당나라 말기. 음력 9월 9일의 거대한 축제 중양절을 앞두고 황제(주윤발)는 왕궁으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황제와 황후(공리), 그리고 세 아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 그러나 이 왕족에게는 얽힌 사연이 많다. 황제는 은밀히 황후의 보약에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약을 넣어 먹게 하고, 이를 눈치 챈 황후는 둘째 왕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중양절에 난을 일으키려 계획한다. 황제와 황후, 그리고 세 아들의 관계가 서로 얽히며 왕궁에서는 쟁투가 벌어진다.

100자평
<영웅>에서 멈췄어야 했지만, <연인>을 만들었고, <연인>에서 정말 멈췄어야 했지만, <황후화>를 만들었다. 장예모의 자아도취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속셈일까. 전작들에 비해 스케일은 더욱 거대해졌고 금빛으로 도배한 영상은 눈이 부시다. 그 러나 개미떼처럼 우글거리는 군중들의 스펙터클이나 색채와 이미지의 장관도 한 두 번이면 족하다. 서사(혹은 역사)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단 한군데에서도 드러 나지 않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들, 허술하게 구멍 뚫린 이야기(오이디푸스 서사의 코믹 버전?)는 이 황실의 비극을 한 편의 코미디 로 만들고 만다. 화려한 영상에 대한 장예모의 겉잡을 수 없는 욕망만이 이글거린 다. 한마디로, 450억짜리의 유치한 집안싸움을 보는 기분이다.
남다은/영화평론가

나쁜 점은 확실히 더 나빠졌다. 테크놀러지에 기댄 전시주의의 확장. 탐미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매혹. CG의 기술과 물량으로 뒤범벅된 궁의 위용과 병사의 숫자, 그리고 그 궁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복도의 휘장과 창틀과 기둥들, 서양의 중세 혹은 그걸 본 따 만든 영화를 다시 본 따 만든 의복들. 그건 여전히 큰 감흥이 아니다. 그러나, <황후화>에는 테크놀러지를 신봉하는 탐미주의자가 궁중의 가족 쟁투극이라는 아주 오래된 고전적 소재를 다룰 때 할 수 있는 어떤 최선이 있다. 고전적 비극의 아우라를 담으려는 과정에서 나오는 서사의 묘한 애매성과 투박함, 그건 이 영화의 눈치 채기 힘든 매력이다. 중국의 블록버스터 에픽들이 꿈꾸는 한 가지는 테크놀러지와 탐미주의의 결합을 통해 고전적 비극에의 매혹을 잡아채는 것인데, 그 점에서라면 장이모의 <황후화>가 펑샤오강의 <야연>보다 낫다.
정한석 <씨네 21 기자>

<황후화>는 당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골육상쟁과 근친상간을 뼈대로 한 궁중암투극이다. 서사는 흥미롭고, '국화꽃 삼만리 화려강산'의 골드-럭셔리 궁중장면은 입이 떡 벌어지게 스펙터클하다. 그뿐인가, 근위대가 일대혈전을 벌이는 클라이막스는 '인산인해' 혹은 '인해전술'의 뜻이 절로 이해되도록 과잉의 극치이다. 허나 어쩌랴, <황후화>는 '풍요속의 빈곤'인 것을. 암투의 농도는 <야연>에 못미치고, 액션의 미학은 <영웅>에 못미치고, 여배우의 고혹미는 <연인>에 못미친다. 450억원의 물량공세에 아찔해졌던 오감을 추스르고 나면, 이상한 질문이 떠오른다. 장예모의 중국은 왜 '자기-전시'를 못해 안달인가? '우리 중국은 땅도 무지 넓고, 인간도 열라 많고, 역사도 엄청 길다, 과거엔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던 제국이었다, 지금은 좀 아닌것 같지만 조금만 기다려봐라, 옛말하게 될 거다' 등등의 중국어 환청이 들리는 듯 하다. <영웅>에 이어 어떠한 환란에도 홀로 살아남는 절대권력의 황제, 처자도 다 죽이고 10만의 반란군을 국화더미처럼 한데모아 쓸어버리는 그의 위용(?)을 통해 '하나의 중국, 강한 중국'을 열망하는 중국거대자본과 국가주의의 결탁을 보는 것은 무섭기까지 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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