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쉼표처럼 끝내지 못한 두 사람의 마음은? <좋아해>
2007-01-19
글 : ibuti

봄. 17살 소년 요스케. 음악에 막 빠진 소년의 기타는 매일 같은 멜로디를 반복했다. 17살 소녀 유. 소년이 기타를 연주할 때면 소녀는 멀찌감치 앉아 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가을. 음반 영업사원인 34살 요스케 앞으로 34살 유가 찾아와 오래된 멜로디를 연주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노래뿐 아니라 가슴속에 숨겨둔 말을 끝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아해>라는 제목이 너무나 평범해 금방 잊혀질 것 같았는데, 원제목 뒤에 찍힌 쉼표에 눈길이 머문다. 그들의 겨울이 어떨지 궁금해진 건 그 다음이다. <좋아해>는 별다른 스토리없이 두 사람의 여린 심리에 맞춰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영화다. 그래서 몰입하는 게 쉽지 않지만 힘겨운 걸음 마지막에 감독의 진심이 전해진다. 진중한 사적 영화를 만든 이시카와 히로시가 향후 같은 영역의 가와세 나오미만큼의 경지를 보여줄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이름에 관심을 가지기엔 <좋아해> 한편으로 충분하다. 영상과 소리가 평범하고 부록도 단출한 DVD다. 몬트리올, 도쿄, 홍콩, 서울을 오간 영화제와 무대인사의 여정(37분)과 2006년 여름, 감독과 두 배우가 한강변에서 나눈 대화 ‘그 키스에 대해 이야기하자’(15분)를 수록했다. 심각한 얼굴로 키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문득 그 장면을 돌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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