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현영)은 “펜이 세상을 바꾼다”고 철석같이 믿는 신문사 기자다. 하지만 신념은 신념일 뿐. 그녀에겐 연예인들의 꽁무니를 뒤쫓으며, 스캔들을 추적하는 임무만이 주어진다. 반면, 강재혁(이동욱)은 “주먹이 세상을 지킨다”고 굳건히 믿는 강력계 형사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모서리 공포증.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그이지만, 회칼, 송곳, 주사기 등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만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강재혁은 용의자를 뒤쫓던 중 최수진과 부딪치게 되고, 최수진이 먹던 어묵 꼬치에 찔려(?)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최 기자와 강 형사. 최수진이 사회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맞닥뜨린다.
줄거리 예상은 어렵지 않다. 버디영화의 골격과 스크루볼코미디의 설정을 따온 <최강로맨스>는 마약 사건을 뒤쫓게 된 두 남녀가 종국에 사건 해결은 물론이고 사랑까지 덤으로 얻는다는 내용이다. 카메라를 든 기자와 총을 찬 형사가 함께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사건을 뒤쫓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들로 영화는 호흡을 이어간다. 강재혁이 지어놓은 밥에 최수진이 코를 빠뜨리는 식의 해프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문제는 단조로운 구성. 배우들의 개인기 한 토막에 사건 한 토막을 붙이는 내러티브에서 흥미로운 리듬이 생겨날 리 없다. 아옹다옹 코미디에 17 대 1 액션, 눈물 섞인 멜로까지 뒤섞었다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최강로맨스>는 제자리걸음하는 이를 보는 듯한 답답함을 안긴다.
캐릭터라도 톡톡 튀면 좋으련만. 오직 배우들만이 튄다. 애당초 영화는 캐릭터들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우루과이라운드 반대시위 장면을 묘사하는 영화의 도입부를 보자. 최수진은 대학 시절 자신은 운동권이었다며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파이를 들라는 지시에 초코파이를 들고, 우루과이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강재혁은 어떤가. 무술 실력 뛰어나고 정의감까지 불타오르는데, 듣도 보도 못한 모서리 공포증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일찌감치 희화화를 위해 희생된, 황당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배우들이 시종일관 방방 뛰며 오버할 수밖에 없다. 포도주 병으로 화염병을 만들어 마약밀매범을 혼내키는 오 기자 역의 전수경 또한 마찬가지. 뮤지컬 배우의 민망한 변신이라는 사실이 떠오를 때만 간혹 웃음이 터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