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k by Me]
[Rank By Me] 따라하기 두려운 영화 속 특이한 헤어스타일 5가지
2007-01-30
글 : 이다혜

타고난 이목구비와 달리, 옷 입는 방식이나 머리모양은 그 사람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물론 요즘은 이목구비도 손을 많이 보는 게 그야말로 경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전히 생김새보다는 옷이나 머리가 그 사람의 주관을 더 잘 보여준다. 박명수의 엉덩이가 얄밉게 생겼는데 박명수가 실제로 얄미운 짓도 잘한다는 건 우연이지만, 박명수가 얄미운 엉덩이를 돋보이게 하는 옷을 입고 할아버지 머리숱으로 중학생 머리모양을 하고 등장하는 건 시사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머리모양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배우 자신의 머리모양 그대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분장팀과 연출팀이 그 인물의 성격에 맞는 머리모양을 생각해 배우의 머리 모양을 바꾸게 하거나 가발을 쓰게 하기 때문이다. 자, 다음의 인물들이 지닌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어떤 성격과 맞물린 설정일까?

5위 <친절한 금자씨> 마녀(고수희): <친절한 금자씨>의 값진 헤어스타일 셋을 고르라면 첫째는 전혀 어려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보는 사람을 다소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던 금자씨의 고딩 분장이며, 둘째는 전도사 아저씨의 간호사 단발 스타일이며, 셋째는 바로 마녀의 뻗쳐 올라간 머리모양이다. 마치 갓 튀긴 라면 면발처럼 거세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그녀의 뽀글머리는 치켜올라간 눈매와 두툼한 볼살과 어우러져 ‘독한 년’의 인상을 물씬 풍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녀의 머리 색깔이다. 검은 머리이되 곳곳에 회색 머리카락이 섞인 모습은, 그녀가 범상한 인간이라기보다 메두사인 듯한 서늘한 느낌을 주며, 그 덕에 그녀가 매섭게 쳐다보며 입을 여는 순간, 몸이 돌로 변한 건 아닌가 확인해야 한다는 말씀. 그녀의 명언, “발바닥이 얼마나 가려운 덴 줄 알아? 발바닥 긁으면 간지럽잖아. 안 긁으면 가렵고, 긁으면 간지럽고, 안 긁으면 가렵고. 안 그래? 이 꽃뱀아. 긁으면 간지럽고, 안 긁으면 가렵고.”

4위 <삼거리 극장> 모스키토(박영수): 그냥 만화의 등장인물 코스프레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단순히 산발한 머리라기보다는 꼬챙이를 여럿 머리에 달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얗게 칠한 얼굴에 그린 과장된 메이크업은 마치 그의 얼굴을 피에로처럼 보이게 한다. 그가 입은 형형색색의 옷 역시 마찬가지다. 박영수는 이 영화에서 모스키토만을 연기하는 건 아니다. 그는 모스키토와 청소부 송씨, 표세동 박사의 1인3역을 소화했는데, 그 중 문제의 모스키토는 삼거리 극장에 출몰하는 유령. 하지만 생긴 것만 봐서는 마치 그 자신이 귀신을 보고 놀라 소스라친 모습이다. 호들갑스런 말투와 과장된 몸짓까지 어우러지면, 현실감 제로에 가까운 모스키토의 헤어스타일은 완벽하게 그와 어울린다. 극장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3위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 사람 좋은 것 빼면 시체? 생긴 것만 봐서는 숲의 덤불과 별 구분이 안 가는데, 해그리드는 <해리 포터> 시리즈 1편에서부터 해리 포터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해그리드의 덤불머리는 해그리드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해그리드의 털은 단순히 머리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한데 뒤엉켜 거대한 덤불 형태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그리드의 몸이 거대하고 게다가 머리모양과 수염까지 그 모습을 뒷받침하는 이유는, 해리 포터와 같은 아이들을 숨겨주기 위해서는 아닐까.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펼쳐지는 해그리드의 로맨스는 약간 소름돋지만 귀여운 맛이 있으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찾아보시길.

2위 <클릭> 모티(크리스토퍼 워큰): <클릭>의 모티라는 괴짜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지 않는가. 그 가물거리는 기억의 정체는 바로 <백 투 더 퓨처>의 박사님이다.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 멋대로 자라버린 곱슬머리를 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괴짜 과학자 캐릭터. <백 투 더 퓨처>의 박사님이 시간을 여행하는 자동차를 만들어 세상을 온통 혼란으로 가득한 곳으로 만들었듯이, <클릭>의 모티는 주인공 마이클에게 만능 리모컨을 건네준다. 리모컨으로 개가 짖는 소리를 볼륨 조절할 수 있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쭉쭉빵빵 여인들은 슬로모션으로 감상하며, 꽉 막힌 교통체증은 빨리감기로 해결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 아니, 그렇다면 왜 이런 물건을 두고 모티 본인은 마냥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 응?

1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일순(정지훈):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감독이 안티? 세상에 그냥 놔두기만 해도 꽃 같은 정지훈의 머리가 우리 옆집 아줌마 파마머리만도 못하게 되었다. 너, 어디서 말았니? 내가 가서 그 미장원 혼내 줄게. 뭐? 싸보이지만 괜찮아? 흠…. 여튼, 정지훈군의 머리모양의 컨셉은 아마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게 아닐까.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 영군(임수정)을 좋아하게 되어 싸이보그가 고장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평생 AS 보장’을 약속하는 소년, 보통은 아니잖은가. 아무리 요들송을 귀엽게 불러도 이런 남자애는 절대 반대다, 수정아! 아, 수정이도 이상하지. 여튼 모두 약간씩 이상한 세상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정상일지도 모를 이 두 남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이 안티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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