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그녀들의 속사정, <바람피기 좋은 날> 첫 공개
2007-01-3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시 1월 29일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그 여자들과 그 남자들의 진짜 이름은 알기 힘들다. 그냥 채팅의 세계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이슬(김혜수), 작은 새(윤진서), 대학생(이민기), 여우 두 마리(이종혁). 당당하고 매력적이지만 조금 푼수 끼도 있어 보이는 ‘이슬’은 순진하면서도 귀여운 나이 어린 ‘대학생’을 만나고, 수줍고 맹해 보이지만 격정적인 무언가를 꿈꾸는 ‘작은 새’는 잘 생기고 능력 있어 보이는 ‘여우 두 마리’를 만난다. 결혼한 두 여자가 두 남자와 바람을 핀다. 이슬의 남편(박상면)이 그녀의 행방을 쫓아 모텔을 습격하여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에도 그녀는 가정에 붙잡히지 않으려 하고, 여우 두 마리를 향한 작은 새의 마음은 그들의 만남이 잦아 질수록 점점 더 커진다. 이슬과 작은 새는 그렇게 서로 다른 바람을 피우다가 알게 된다.

말×3
“영화계가 많이 어렵습니다. 저희 영화 말고도 모든 영화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고, 저희 영화가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제작사 아이필름 오기민 대표)
“바람을 소재로 한 이야기지만, 다른 두 여자가 공감을 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장문일 감독)

100자평
<바람 피기 좋은 날>은 ‘바람 피기 좋은 날’은 없다는 역설을 증명하는 코믹액션멜로이다. 에로보다는 코믹에 가까운 베드신이나 의외의 액션신들(?)이 곳곳에서 돌출한다. 단, 상당한 수위의 대사나 성적 갈망을 담은 표정 연기 같은 것은 18금(禁)급이 맞다. 채팅으로 10살 연하의 대학생을 만나 ‘쿨’하게 즐기던 이슬(김혜수)이 남편을 향해 “너도 바람 폈잖아?”라고 소리치는 대목처럼 군데군데 신파조의 봉합은 생뚱맞게 느껴진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채팅, 불륜 등 20세기 말 유행한 소재를 21세기적으로 발랄하게 가공하려 노력한 분위기이다. (영화평론가 이현경)

김혜수의 연기는 능숙한 양식미를 갖췄고, 윤진서는 캐릭터와 배우를 혼동하고 싶을 만큼 경계에 있다. 남자 배우 이종혁과 이민기는 코믹하면서도 밉지 않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이다. 영화의 상당수 장면을 차지하는 모텔 방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사는 종종 지루해지려다가도 이내 재치 있게 반전을 꾀하는 묘미가 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 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밀려난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떨치기 어렵고, 그 이유로 인해 이야기의 ‘틀’은 재미있는데도 정작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내용은 거의 비약이거나 진전이 없어 보인다. 표면을 따라가다 내면으로 들어가고자 한 건 기품 있는 도전이지만, 지나치게 저평가 받은 <행복한 장의사>의 그 웃음기 머금은 완숙한 휴머니티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를 끝내 충족시키지 못한다. (씨네 21 정한석 기자)

자느냐, 마느냐. 들키느냐, 숨기느냐. 불륜에 있어 무엇보다 첨예한 갈등인 두 문제가 영화의 주된 갈등. 덕분에 바람을 피고 있는 두 유부녀는 여관에서는 남자와 설왕설래를 벌이고, 여관 밖에서는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하지만 <바람피기 좋은 날>은 코미디라고 하기엔 웃음이 적고, 멜로라고 하기엔 감정이 적다. 불륜을 소재로 한 소동극이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유쾌하기 보다는 피곤한 소동이다. (씨네 21 강병진 기자)

가지 많은 영화에 바람 잘 날 없다. 두 여자의 외도를 그린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은 엉성하게 엮인 에피소드가 산만함을 준다. 오락가락하는 스토리와 반복되는 베드신은 대책이 없어 보이고, ‘일상에 피곤을 느낀 유부녀의 일탈’이란 주제도 매우 희미하고 유치하게 드러난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추측과 짐작만 할 수 밖에 없는 영화. (씨네 21 정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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