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30일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80년대 헤비급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던 록키는 은퇴 후 동네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은 그의 흥미진진한 과거사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아들 로버트는 자기가 퇴물 복서 록키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싫다. 아내 잃고 아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외롭고 소박하게 살던 록키는 TV에서 젊은 복서 메이슨 딕슨과 자신의 가상 경기를 만들어 보여주는 광경을 본다. 이것이 큰 돈이 될 거라 생각한 딕슨 쪽 프로모터가 록키를 찾아와 친선경기를 제안하고 록키는 이를 받아들인다.
100자평
<록키 발보아>는 지극히 예상 가능하고 당연한 결과로 흐르는 영화다. 마치 실존인물 같은 착각도 간혹 일으키는 복서 캐릭터 록키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고, ‘록키’ 외에 아무것도 되지 못했던 할리우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스탤론은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배운 환갑의 남자다. 동시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음을 믿고 사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영화 <록키 발보아>는 동전의 양면 같은 인생관으로 날린 마지막 한 방이다. 각본과 연출을 겸한 스탤론에게 영화적 미학이나 시나리오의 매끈함을 따질 일은 아니다. 권투경기 시퀀스의 불균질한 모양새는 아쉽지만, 결코 예전 같을 수 없는 모습으로 링에 선 록키/스탤론의 용기에 대해 그 진의까지 의심하는 건 어쩐지 도의가 아닌 것만 같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전설의 복서 록키는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한물간 퇴역 늙은이로 먹고 살기 바쁘겠지, 아님 폐인이나 안 되었으면 다행이려나...' 뭐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영화 속 프로복싱계는 '무적의 챔피언'으로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영화 <역도산> 속 딜레마를 떠올려보라), 흥행성 있는 이벤트를 찾아 고심 중이다. 우리의 록키는 아내를 잃고 아들과의 사이는 좀 소원해진 상태로 식당을 경영 중이다. 간혹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하거나 사인을 해주지만, '아직도 으르렁거리는 마음속의 야수'를 주체치 못하는 우리의 록키! 영화는 그의 무기력한 상황들을 열거하고, 그로부터 떨쳐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장장 1시간의 런닝타임을 소모한다(실제로 자는 관객들이 속출한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아들과의 화해, 새로운 여인네와의 만남, 옛 동료들과의 의기투합 등...있어야 할 모든 재료들을 조리대에 올려놓은 다음, 드디어 울려퍼지는 "빠바밤~빠바밤~"(자던 사람들 눈이 번쩍 떠진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시합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의 핵주먹은 둔탁하게 뻗어나간다. 짧은 컷으로 과거와 현재, 흑백과 칼러 화면이 교차! 되는 가운데, 승패를 떠나 그는 무기력으로 부터 벗어나고 영화 안팎의 관객들은 놀라운 감회에 젖는다. 늙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잊혀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 록키가 과거의 영광 속에 안주하기를 거부하였듯, 영화 <록키 발보아> 역시 그저 추억을 팔아먹는 방식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세대간 접전을 실제로 보여주는 방식으로,'전설'을 복원한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무수한 사람들처럼, 나역시 그 계단에 오르고 싶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