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 <최강로맨스> 배우 이동욱
2007-02-01
글 : 장미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깔끔하고 부드러운 외모만으로 이동욱이 ‘왕자과’일 거라 짐작했다면 큰 오산이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되돌아오는 답변은 명쾌하고 이에 곁들인 눈빛이나 말투도 그 의도가 들여다보일 듯 투명하다. <최강로맨스>에 출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첫 물음에 대한 대답부터가 그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재미있었고 흥행도 잘될 것 같았다, 솔직히.” 그런데 정녕 그게 다일까? 흥행 욕심으로 시작했다고 믿기에는 “로맨틱코미디는 되도록 거절하고 싶다”는 그의 옛말들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그런 그가 제목부터 ‘로맨스’임을 호소하는 이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택하다니 이게 무슨 일? “남녀주인공이 만나는 과정이 독특해서 그 부분에 끌렸다. 사실 시나리오를 고를 때 장르보단 캐릭터를 주로 본다. <아랑>도 공포영화여서가 아니라 캐릭터에 이끌려 출연했다.” 스크린 데뷔작 <아랑>에 이어 <최강로맨스>에 출연한 이동욱은 형사라는 직업과는 딴판으로 뾰족한 물체만 보면 정신을 잃는 희귀병 ‘모서리 공포증’을 앓는 강재혁으로 등장한다. 현영이 연기했고 기자적 사명감에 불타오르던 최수진과는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는 관계. 하지만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속담처럼 어묵 꼬치로 찌르며 혹은 그것에 찔리며 인연을 맺은 그들은 서로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중 서서히 핑크빛 무드에 젖어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속에서 이동욱의 속내가 더 드러났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부담스러웠으나 김정우 감독을 만나며 점점 설득당했고 <아랑>으로 이미 형사 역을 경험했으니 조금 편할 듯도 했다는 것, 형사를 또다시 연기한다는 사실이 걸렸던 반면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주위의 설명에 조금 마음이 놓였으며 ‘모서리 공포증’이라는 소재도 독특하게 다가왔다는 것.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들은 많다. 이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모서리 공포증은 실제로 존재하는 병이다. 관건은 그 병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그리느냐가 아니었을까.” 액션신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최강로맨스>는 로맨틱코미디이긴 하나 현영의 좌충우돌 코미디 못지않게 이동욱의 거침없는 액션연기를 인상적으로 들춰낸다. 극중 뒤돌려차기까지 곧잘 해내는 모습에 뛰어난 운동신경의 소유자라 생각했다면 그것 역시 오산. 오히려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었기에 부딪치고 상처입고 다치기 일쑤였지만 대부분의 액션신을 스턴트 없이 해낸 데에는 자기 몫에 대한 그의 고집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스턴트를 쓰면 부끄럽지 않겠나. 그 앞뒤의 연기는 내 것인데 액션신만 다른 사람이 대신한다면.” 1월12일 방영된 쇼 프로그램 <놀러와>에 출연해 풀어놓은 에피소드에서 진심이 우러났다면 그 이유가 아닐까. 당시 생짜 신인이었던 그는 베스트극장 출연을 앞두고 극중 나오는 오토바이신을 연습하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다. 오토바이를 포기했다면 그렇게 크게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련만 그는 대신 자신의 몸을 내던졌고 그 결과 피범벅이 됐다. “오토바이 수리비가 만만치 않으니까. 너무 아프고 놀라서인지 그때 내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더라고 지켜보던 형들이 그러더라.”

1999년에 데뷔했으니 그전에 스크린을 두드렸을 만도 하나 이동욱은 <아랑>으로 데뷔한 2006년까지 <회전목마> <부모님 전상서> <마이걸> 등에 출연하며 올곧게 브라운관을 지켰다. 괜찮은 시나리오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거니와 영화에 도전하기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준비했다고 해서 첫 영화의 촬영이 쉬웠던 것도 아니다.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영화의 제작 시스템은 다르다. 영화는 준비하고 세팅하는 시간이 무척 긴데 처음에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아랑> 때는 차에서 DVD를 보거나 잠을 잤지만 <최강로맨스> 때는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낯가림이 많아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힘들었던 그는 8년 동안 연기자로 생활하며 사람 대하는 법을 깨우쳤다. 진지하고 심각한 듯한 첫인상과 달리 순정물이든 스포츠물이든 만화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겨읽는 만화 마니아라는 사실도 특이한 구석. “<천일야화> <H2>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거의 다 좋아한다. 만화는 원래부터 즐겨 읽었다.” 영화 역시 잡식성인데 멜로물 중에선 특히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이 좋았다고 손꼽았다. “<투 윅스 노티스>에서 휴 그랜트가 선보인 멜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크게 인기를 얻은 <마이걸>의 설공찬 이미지를 비롯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역할이라면, 거기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역할이라면 모두 해보고 싶다는 이동욱은 “누굴 닮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책이나 대본을 계속 본다. 100번 보고 연기하는 것과 20번 보고 연기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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