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월5일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시카고에서 온 여자친구들 디나 존스(비욘세 놀스),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 로렐 로빈슨(애니카 노니 로즈)은 드림멧이라는 트리오를 결성한다. 꿈에도 그리던 뉴욕 무대를 밟은 이들은 실패를 겪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매니저 커티스 테일러(제이미 폭스)는 그들을 단련시켜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다. 하지만 야심가 커티스는 재능있는 리더 에피를 주저앉히고 외모가 아름다운 디나를 리더로 내세우려 하고, 결국 에피는 그룹으로부터 쫓겨나 커티스의 딸을 몰래 낳아 키우며 살아간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쏘울의 시대는 디스코의 시대로 바뀌고, 야심가 커티스에게 질린 디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는데….
100자평
슈프림스는 물론이고 제임스 브라운, 마빈 게이, 잭슨 파이브와 슬라이 앤 더 패밀리스톤까지 떠올리게 하지만 중반 이후 영화가 지루해지는 걸 막을 순 없었던 아쉬움. 게다가 미국 대중음악에서 흑인음악의 역사적 맥락을 통째로 생략한 결말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와 제니퍼 허드슨의 연기로 위로받을 가능성이 높은 음악 영화다. 물론 당신이 소울, 펑크, 알앤비를 좋아한다면!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매거진 T> 기자
<드림걸즈>는 <시카고>의 성공 전례를 그대로 밟는다. 소울의 60년대부터 디스코의 70년대까지, 시대를 화려하게 되살린 프로덕션 디자이너 존 마이어의 세트와 미술은 압도적이고(오스카는 따논 당상이다), 귀에 걸리는 오리지널 스코어의 매력은 다량의 O.S.T 구입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부수 수익은 따논 당상이다). 다만 중반 이후 뮤지컬 장면의 역동성이 처지면서 서사의 긴장감 마저 다소 늘어지는 흠이 있다. 대작에 참여한 경력이 별로 없는 촬영감독 토비아스 A. 쉴리슬러보다는 <시카고>의 디온 비베를 다시 역임하는 편이 나았을 듯 하다. 출연진들의 열연은 외신들이 떠들어 댄 그대로다. 수많은 의상을 갈아입고 등장하는 비욘세의 탱천한 아름다움은 움직이는 스펙터클이고, 에디 머피와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제니퍼 허드슨은 올해의 발견으로 부족함이 없다. 허드슨이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열창하는 순간 일어나서 ‘앵콜!’을 외치고 싶은 관객도 꽤 있을 것이다.
김도훈/ <씨네21> 기자
<드림걸즈>는 여러모로 화제가 될 만한 영화다. 6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 ‘슈프림스’의 재현, 80년대의 성공적인 뮤지컬 <드림걸즈>의 영화화, <시카고>의 각본을 쓴 빌 콘돈의 연출, 비욘세, 제이미 폭스의 출연 등등 흑인 여자 세 명으로 이루어진 무명 그룹이 화려한 쇼 비즈니스 세계에 입문하면서 겪게 될 이야기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간다. 번쩍이는 세계 이면에는 언제나 타락, 좌절, 배신이 있기 마련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가수들을 키우는 매니저가 그녀들과 벌이는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이렇듯 예상 가능한 전개와 때로는 민망하게 직설적이고 감상적인 노래 가사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첫째, 미국 내 흑인의 역사를 당대 백인 중심적인 쇼 비즈니스의 현실과 함께 읽어내는 방식이다. 둘째, 비욘세(디나)와 제니퍼 허드슨(에피) 사이에 흐르는 긴장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개성 없는 음색 덕분에 스타로 발돋움한 디나, 강렬한 가창력, 뚱뚱한 외모, 완고한 자존심 탓에 결국 버림받는 에피는 실제 배우들의 모습과 묘한 상호작용을 한다. 이미 섹시함을 인정받은 스타 비욘세는 영화 속에서도 망가지거나 고뇌할 필요 없이 자신의 미모만 부각시켜도 만사형통이다. 반면 제니퍼 허드슨은 에피 속으로 들어가 가창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받고 고통받은 후에야 할리우드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다. 뮤지컬의 특성상, 드라마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배우 개인의 능력인데, 아무래도 둘의 대결에서 영화 속 승자는 디나였지만, 영화 밖 승자는 제니퍼 허드슨인 듯 하다. 하루아침의 승천과 몰락을 매순간, 온 몸으로 절규하듯 표현하는 제니퍼 허드슨에 비한다면 완벽하게 아름다운 비욘세의 노래는 때때로 옹알이처럼 들린다.
남다은/ 영화평론가
한마디로 매우 잘 만든 뮤지컬 영화이다. 맛깔나게 음악 듣는 재미가 있고, 아기자기한 드라마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흑인 뮤지션들이 미국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그들이 어떻게 주류로 인정받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고, 가수와 매니저, 음반 기획자 등 그들 사이의 애증의 질곡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미모의 여가수 비욘세의 무난한 연기와 평소보다 덜 웃기고 덜 튀는 역할을 잘 소화한 에디 머피를 보는 것도 즐겁고, 영화 <레이>에서 흑인 뮤지션의 애환을 잘 펼쳐보였던 제이미 폭스의 진중하고도 비열한 표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이 영화 최대의 매력은 역시 에피 역할을 맡은 제니퍼 허드슨의 절창을 듣는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미녀는 괴로워>가 겹쳐진다.) 그녀는 거의 신인에 가깝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과 하나가 되었고, 영화의 안팎에서 그 자신의 고민이기도 했을 문제를 스스로 뛰어넘는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하지 않고도) 그녀 자신을 입증한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