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고통은 아름답다, <포도나무를 베어라> 첫 공개
2007-02-06
글 : 강병진

일시 2월 6일 오후 2시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신학생인 수현(서장원)은 현재 겹겹의 시련을 겪고 있다. 신을 선택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 수아(이민정)는 청첩장과 목걸이를 보내왔고, 고민을 나누고자 했던 동기 강우는 신학교를 떠나버린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집에서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더군다나 신학교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수아와 닮은 여자를 본 수현은 무작정 수아를 찾아가 다시 그녀를 아프게 한다. 결국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려 했던 수현은 학장신부의 배려로 수도원에 내려가 잠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수현은 그곳에서 수아와 똑닮은 헬레나 수녀를 만나면서 또 다른 두려움과 마주한다. 2007년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100자평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벌이날다>, <괜찮아 울지마>에 이은 민병훈 감독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단순 명쾌한 갈등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전작에 비해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갈등은 매우 다층적이다. 수현이 마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두려움을 비춰내는 거울들이다. 이성문제로 고민을 겪고 있는 강우, 고독에 절어사는 문신부, 게다가 여자친구와 똑 닮은 헬레나 수녀까지 수현과 똑같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수현은 그들을 피하려하면 할 수록 더 큰 두려움에 직면한다. 하지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포도나무를 베어라> 역시 갈등의 끝에서 뜻밖의 선물을 선사하는 영화다. "인간은 고통받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감독은 시련을 겪고난 남자의 마지막 얼굴에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그려내고, 한동안 멈췄던 시계를 살려낸다. 그 모든 두려움과 고통은 어차피 ’깃털처럼 가벼워’ 질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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