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사랑스러워, 소심한 남자의 꿍꿍이,<클릭>의 애덤 샌들러
2007-02-08
글 : 장미

주변 상황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리모컨이 있다면 어떨까. 볼륨을 낮추면 아내의 잔소리가 잦아들고 빨리감기를 하면 지겨운 업무도 단숨에 건너뛸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손에 넣는다면. <클릭>이 선보이는 진정한 매력덩어리는 그러나 리모컨이 아니라 한 사내다. <첫키스만 50번째>의 루시의 말처럼 ‘달걀 모양’의 머리통에 변변찮은 외모를 지닌 애덤 샌들러는 또 그만큼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샌들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며 17살 때부터 보스턴 코미디 클럽의 무대에 자진해 올랐다. 그의 유머 감각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은 시기는 뉴욕대 재학 시절. 클럽과 대학 내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현재까지 감독과 각본가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프랭크 코나치, 팀 헐리와도 조우했다. LA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일하던 중 TV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캐스팅되고 이때의 인기에 힘입어 또다시 스크린에 도전하면서 샌들러의 출연료는 화끈하게 치솟기 시작한다. 평단의 질타와 팬들의 환호를 동시에 받는 이 둥글둥글한 남자는 <에어헤드> <해피 길모어> <빅 대디> <미스터 디즈> <웨딩 싱어>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행태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열한 이웃에게 똑같이 비열하나 지극히 소심한 방법으로 앙갚음을 하는가 하면 화장실 코미디와 성적 농담도 결코 가리지 않는다. 레슬링을 좋아해 1999년 <WWF 스맥다운!>에 직접 출연하기조차 한 샌들러는 덩치만 컸지 철딱서니 없는 소년처럼 아이 혹은 동물들과 뒹굴거리고 요상하게 분장한 채 카메오로 등장한 롭 슈나이더와 농담 따먹기를 한다. 그런 그가 벌써 40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니.

“아이가 생긴 이후로 나는 스스로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조금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39년 동안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말하면서 살아왔다. 40대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시기다.” 코미디물 <고잉 오버보드>(1989)로 데뷔한 뒤 차근차근 성공의 계단을 밟아온 샌들러 자신의 말대로 <클릭>이 지고지순하게 응시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아이들. 그러고 보면 그는 언제나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겨왔다. 7명의 누이에 둘러싸여 끊임없이 들볶이던 배리(<펀치 드렁크 러브>), 멕시코 태생 가정부와 연애 감정에 젖어드나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던 존(<스팽글리쉬>),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날마다 사랑에 빠뜨리다 결국 결혼에 골인한 헨리(<첫키스만 50번째>) 등. 이번 작품 역시 가정의 사랑과 평화를 가장 먼저 꼽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자자손손 이어지는 길고 끈덕진 혈육간의 관계가 더욱 특별하고 애틋하게 와닿는다. 마이클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기어이 병원을 빠져나간 이유 역시 아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서였으므로. 어쩌면 딸 새디 메이슨을 얻은 지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런 변화를 그는 불편해하는 동시에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매일 점점 더 즐거워지고 편안해진다. 나는 서투르기 때문에 딸을 그저 편안하게 느끼고 싶다.” 거기다 “내 팔은 아이의 머리를 받치기에 완벽하지 않았다”는 고백마저 덧붙이니 이 남자가 아이를 품에 안고 얼마나 전전긍긍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할 정도다.

파파라치의 사진 속에서 유독 야구점퍼 차림일 때가 많은 샌들러는 인쇄 매체와의 인터뷰를 즐겨하지 않는다. 두루뭉술하게 속내를 감추고 마음이 맞는 지기들과 오래도록 함께 호흡을 맞추는 그는 대신 영화를 통해 취향을 조금씩 내비친다. <첫키스만 50번째>에 슬쩍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를 흘려넣었고 <클릭>이 크랜베리스의 <Linger>를 수줍게 강권하는 것처럼. 살짝 로맨틱하기까지 한 샌들러의 코미디를 그래서 우리는 결코 미워할 수 없다. “<클릭>에 사랑하는 노래들을 모두 담았다. 모르겠다. 그게 어울린다. 크랜베리스의 음악은 (각본가인) 팀 헐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나 또한 그렇다. 그 노래는 당시 우리를 무척 들뜨게 했다. 나와 나이가 같은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당신의 영화에서 그 노래가 좋았다’고 말하면 기쁠 것 같다.”

사진제공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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