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 명장면,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
2007-02-17
글 : 이다혜

음악이 없다면 영화도 없다. 극히 소수의 예술영화를 제외하면, 음악이나 노래 없이 영화의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물랑루즈> <삼거리극장>같은 뮤지컬영화나 <도어스> 같은 음악인의 전기영화처럼 아예 노래가 주연급 중요성을 띠는 경우도 있고, <러브레터>처럼 배경에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상당수다. 영화의 주제곡이 울려 퍼지면 영화의 분위기가 곧 러브러브 모드가 되겠구나 추측할 수 있고, 영화의 주제곡이 단조로 변주되면 곧 슬퍼지겠구나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가 아닌 주인공이 노래하는 장면들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닌 건 기본이고, 사실상 음치인 그녀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그 장면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후아유>에서 조승우가 이나영에게 노래를 불러줄 때, 조승우의 은근한 허스키 목소리만이 감동을 주는 게 아니다. 이나영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은 조승우가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난 너를 원해!” 하고 부르짖듯 노래하면 컴퓨터 스피커에 귀를 쫑긋하고 있던 이나영은 그야말로 몸서리치는 즐거운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며 정체 모를 온라인의 인연에게 마음을 연다. 영화 주인공들이 그렇게 영화에서 직접 노래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내 애인이 저렇게 노래를 불러준다면’하는 소망이나 ‘나도 다음에는 저 노래를 불러봐야지’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 중 기억에 남을 만한 것들을 모아 그 노래 제목과 가사, 응용법을 여기 소개한다. 꼭 잘 부르지 않아도, 그 표정으로 반쯤 ‘먹어주고’ 들어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당신만의 18번을 만들어보시길.

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

<후아유> 중 조승우의 ‘형태 라이브’

누가 부르나: 한밤중 사무실에 있는 형태(조승우)

노래 제목: 윤종신의 <환생>, 긱스의 <짝사랑>, 나미의 <유혹하지 말아요>를 묶은 ‘형태 라이브’

상황 설명: 요즘 세상에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닉네임과 적절한 매너만 있으면, 온라인상으로 누군가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 데 무리가 없다. 보청기가 없으면 세상의 소리에서 단절되는 인주(이나영)을 온라인으로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형태는, 그녀와 오프라인으로도 알고 지내면서도 자신이 온라인의 그라는 사실을 좀처럼 털어놓지 못한다.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채팅을 한다. 형태는 자신을 ‘투명친구’라며 털털하게 대하는 인주를 답답해하다가 “라이브 스피커 켜” 하고는 기타를 가져와 노래를 불러준다. 두둥! 앳된 조승우의 알싸한 매력이 넘실거리는 장면.

가사 분석: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댈 만난 후로 난 새 사람이 됐어요’라는 <환생>으로 노래를 시작한 형태. 단지 기타반주에 목소리만 얹었을 뿐인데 갑자기 모니터가 샤방거린다. 그러더니 형태는 갑자기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라는 긱스의 <짝사랑>을 소리치며 부른다. 그리고는 대뜸 ‘그대여 날 유혹하지 말아요,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뭐 어렵나요. (중략) 나 그대마음 몰라 두려운 것뿐이죠’라고 나미의 <유혹하지 말아요>로 맺는다. 노래 가사만 이어봐도, 벌써 상황 파악 다 된다. 노래를 끝낸 형태는 “만나자”고 한다. 어쩌면 저렇게 절묘한 대목들만 뽑아서 노래를 이었는지, 이나영 할머니가 와도 홀딱 반해 잠 못 이루겠다.

응용법: 조승우는 정말 노래를 잘할 뿐 아니라, 목소리도 타고났다. 그러니 저 세곡을 똑같이 따라 써먹을 생각을 하기보다 당신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세곡 정도 골라서 짧게 이어붙여 연인에게 들려주면 고백 성공률은 100%에 가까울 것이다.

오늘밤부터는 조금 부끄럽겠지

<린다 린다 린다> 중 배두나의 <Can You Celebrate>

누가 부르나: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

노래 제목: 아무로 나미에 <Can You Celebrate>, 서연이 리메이크했다.

상황 설명: 한국인 유학생 송은 아직 일본어가 서투르다. 자신에게 밴드 보컬을 부탁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하이(네)”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덜컥 밴드 보컬이 되어버린 뒤, 송은 노래연습을 위해 노래방에 찾아간다. 한국어로 리메이크된 노래의 원곡이니, 훨씬 부르기 수월할 것이 당연한 <Can You Celebrate>. 참고로, 일본 노래방에서 송이 음료를 사야 한다는 노래방 주인과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는, 배두나와 한국 노래방에 갔을 때 한국에서는 음료가 의무사항이 아님을 알고 깜짝 놀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그 차이에 착안해 만든 에피소드라고.

가사 분석: 노래 제목 그대로, ‘자기, 축하해줄 수 있어?’라는 내용이다. ‘오늘밤 키스해줄 수 있어? 우린 오래오래 사랑할 거야’라는 가사의 이 사랑노래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아무로 나미에가 불러 히트한 곡이다. 미혼모의 사랑과 가족애를 그린 일본드라마 <버진로드>의 주제곡으로 쓰였는데, 이 노래가 나오는 오프닝 크레딧은 당연히 결혼장면이었다. 고운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그린 가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영원이라는 말 따윈 몰랐어’라고 하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쟁취, ‘둘뿐이야 오늘밤부터는 부디 잘 부탁해’라는 므흣한 마지막 가사로 끝난다.

응용법: 당신이 남자라면, 아무리 ‘둘뿐이야 오늘밤부터는 부디 잘 부탁해’라는 말을 노래로 은근히 전달하고 싶어도 참아달라. 남자 목소리에는 정말 안 어울린다. 당신이 여자라면, 남자친구 앞에서 부르는 건 좋지만, 고음 부분을 미리 연습할 것. 까딱했다간 오늘밤이고 내일밤이고 영원히 없어지는 수가 있다.

내가 그대를 그리는 것은

<파랑주의보> 중 송혜교, 차태현이 부르는 <한여름 밤의 꿈>

누가 부르나: 수은(송혜교)이 부르기 시작, 곧 수호(차태현)가 같이 부른다.

노래 제목: 권성연 <한여름밤의 꿈> 상황 설명: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한밤중에 노래 부르면 뱀 나온다고. 하지만 <파랑주의보>의 수은은 뱀이야 나타나건 말건, 곧 첫키스를 하게 될 수호(차태현)가 이부자리를 정리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창틀에 팔을 괴고 비오는 밤하늘을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졸지에 단둘이 놀러가게 된 이팔청춘 두 남녀가 단둘이 보내게 된 밤인데, 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 배경음악 없이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나 결심했어. 나, 너 때문에 울고 너 때문에 웃을 거고, 너 때문에 살거야. 앞으로 내 세상의 중심은 너야.”라는, 그야말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철부지들다운 고백과 설레는 첫키스의 추억과 한데 묶여 떠오를 노래.

가사 분석: ‘별들도 잠이 드는 이 밤 혼자서 바라보는 바다, 외로운 춤을 추는 파도 이렇게 서성이고 있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 때문에 자칫 사랑노래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사랑고백을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대는 내 모습을 내 마음을 잊었나, 차가운 바람이 내 사랑을 지웠나’ 라는 가사를 염두에 두고, 엉뚱하게 사랑고백하는 시추에이션에서 선택하지 말 것. <파랑주의보>가 결국 비극적으로 끝난 사랑을 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노래는 은밀하게 미래의 상황을 암시를 주는 구실도 한다.

응용법: 음의 변화가 크지 않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노래에 별 재능이 없는 사람도 쉽게 부를 수 있다. 심지어, 멜로디도 간단해서 영화에서처럼 반주 없이 흥얼거리기도 좋다. 혼자 바다에 여행갈 일 있다면 청승맞게 불러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

저 새들 내 맘 알까 몰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중 김승우와 장진영의 <밤이면 밤마다>

누가 부르나: 영운(김승우)과 연아(장진영)의 듀엣

노래 제목: 인순이 <밤이면 밤마다>

상황 설명: 몸싸움도 쉽게 침대놀음으로 변해버리는 연애 초기. 여럿이 모여 질펀하게 노래방에서 놀다 보면 어쩐지 그렇게 평생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연애 초기. 딱 그 모습 그대로, 영운과 연아는 그 수많은 듀엣곡을 놔두고 <밤이면 밤마다>를 부른다. 밤이면 밤마다 그러고 놀았으면 좋겠네, 밤이면 밤마다 했으면 좋겠네 등등 여러 해석이 가능할 이 선곡은, 영운의 오합지졸 친구들이 그야말로 ‘dog’처럼 놀아주는 덕분에 더욱 상승효과를 낸다. 나중에 영운이 결혼할지라도, 나중에 연아가 그 사실에 열받아 뚜껑이 열릴지라도, 결국은 영운이 연아를 ‘dog’패듯 두들겨 팰지라도, 이때는 그저 행복하기만 할 따름.

가사 분석: 운동회 응원가로 등장해도 손색이 없으며, 효도관광 떠나는 부모들로 가득한 고속버스에 등장해도 손색없을 이 신나디 신나는 이 노래는, <한여름 밤의 꿈>과 마찬가지로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님 모습 떠올리기 싫어, 희미한 전등불 밑에서 내 모습 초라한 것 같아’로 시작해서, 정답게 지저귀는 새들이 자기 마음을 모르지 않겠느냐고 원망하기에 이르는 이 노래는 마침내 ‘잊지 말자고 해놓고, (중략) 몰라~~~ 몰라~~~ 몰라~~~’라는 절규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그렇다. 휘영청 밝은 달은 님 없이 혼자 독수공방하며 허벅지를 대바늘로 벌집 쑤시듯 하는 당신 마음을 알 리 없다. 당신이 연인과 밤을 불태울 때, 언제 달 생각 했나. 원망은 접고 잠이나 자자.

응용법: 이왕이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부를 것을 권한다. 딱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 장면처럼. 술에 취한 친구들이라면 더 좋다. 당신이 노래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다들 목이 터져라 환호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민한 사람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중 잭 블랙의 <Let’s Get it on>

누가 부르나: 시키지 않아도 무대에 오르기 좋아하는 배리(잭 블랙)

노래 제목: 마빈 게이 <Let’s Get it on>

상황 설명: 레코드가게를 운영하던 롭(존 쿠색)은 여자친구 로라(이벤 옐레)에게 채인다. 음악광인 롭의 오합지졸 친구들 배리(잭 블랙)와 딕(토드 루이소)은 롭의 우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롭이 상심하고 있거나 말거나 배리는 레코드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은 무안을 줘서 쫓아버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만 크게 틀어놓는 만행을 저지른다. 롭이 프로듀스한 밴드의 데뷔무대가 있는 클럽의 밤, 어쩐지 일이 잘 진행된다 했더니 배리가 마이크를 잡는다. 로라와 재회한 롭은 하필이면 배리가 과욕을 부리는 데 좌절하며 부디 분위기 깨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웬 일로 배리가 부른 노래는 로라가 좋아한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이다.

가사 분석: 제목 <Let’s Get it on>을 해석하라면, 아마도 ‘우리 (사랑을) 불태워보아요’쯤 될 것이다. 전주랄 부분이 없이 바로 보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따라 부르기 매우 어려운데, 후렴 부분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처럼 연인이 부둥켜안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좋은 리듬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민한 사람들, 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날 이해해줘 내 사랑 (중략) 난 당신을 사랑해”라던가, “당신을 내게 주는 일은 절대 잘못될 수가 없어, 사랑이 진실하다면”이라는 식의 절절한 구애의 가사를 담은 이 곡은 영화에서 로라와 재결합한 롭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다.

응용법: 노래방에서 팝송 잘못 부르다가 버벅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부른다는 상상만으로 공포에 질릴지도. 그렇다면 머리털 빠지게 고민하며 꼭 불러보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노래가 있는 CD를 연인에게 선사해보시라. (상대가 영어 가사를 물어볼 경우를 대비해 간략한 해석은 미리 알아 가자)

나는 콧대 높은 여자, 시건방진 여자

<천하장사 마돈나> 중 류덕환의 <애송이>

누가 부르나: 마돈나가 되고 싶은 오동통한 오동구(류덕환)

노래 제목: 렉시 <애송이>

상황 설명: 오동통통 내 너구리, 볼살 오동통, 뱃살 오동통의 고딩 오동구(류덕환)는 자신이 신의 실수로 남자로 태어난 여자라고 생각한다. 동구의 마음엔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일어 선생님(구사나기 쓰요시)의 사랑을 받고 싶은 생각뿐이다.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며 고심하던 동구는 씨름대회 우승자에게 장학금 500만원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생 뒤집기 한판을 위해 씨름부에 들어간다. 남자들과 맨살을 부벼가며 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동구. 하지만 씨름부 회식에 가서는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렉시의 <애송이>를 안무와 함께 선보인다.

가사 분석: 동구의 내면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자였다. 껍데기에 불과한 몸은 남자의 그것이라 속상한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지만. 하지만 초우람한 씨름부 형들 앞에서 처음으로 불러 보이는 노래가 <애송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어김없이 남자들은 나를 보네, 어이없는 남자들만 다가오네, 나는 콧대 높은 여자 시건방진 여자, 자신있음 이리와봐 애송이들아, (중략) 날 만족시킬려면 다양하게’! 덩치가 큰 선배라고 해서, 씨름 기술이 뛰어난 선배라고 해서, 변비에 걸린 씨름부 지도교사라 해서 동구의 꿈을 꺾을 수도, 기를 죽일 수도 없다는 나름의 선언이 바로 이 노래인 것이다. 이 애송이들아!

응용법: 최근 결별의 아픔을 맛본 사람에게 추천한다. 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어김없이 남자들은 나를 보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닐지 몰라도, ‘어이없는 남자들만 다가오네’라는 말은, 왜 꼭 들어맞는 건지 생각하며 부르길 바란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수 없는 이별

<잔혹한 출근> 중 오광록의 <밤에 떠난 여인>

누가 부르나: 딸이 유괴된 줄도 모르고 집에 있는 노래방 삼매경에 빠진 태희 아버지(오광록).

노래 제목: 하남석 <밤에 떠난 여인>

상황 설명: 샐러리맨 동철(김수로)은 주식투자에 사채까지 끌어쓴 뒤 고민하다가 부잣집 딸 태희를 납치한다. 동철이 몰랐던 사실은 태희가 상당한 문제아이며, 태희 아버지가 딸을 불신한다는 것. 태희 아버지는 딸이 납치된 줄도 모르고 으리으리한 집에 꾸며놓은 노래방에서 혼자 가운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혼자 ‘삘’받은 이 아저씨, 딸이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도 “그래 잘 했다, 잘 했어” 할 뿐이다. ‘누가 노래를 방해하는 거야’ 하는 약간의 짜증만이 느껴지는 태희 아버지의 목소리와 그 배경에 깔리는 노래방 반주가 코믹하게 어우러진다.

가사 분석: 오광록의 창법은, 노래 가사를 애무한달까. 필요 이상으로 숨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깊은 저음의 목소리. 그런 목소리로 ‘안녕이란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를 감정과잉으로 불러대니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이라는 이 가사는, 친구로만 생각했던 여인을 떠나보낸 뒤에야 사랑임을 깨닫는 내용이다. ‘네가 멀리 떠난 후 나는 처음 외로움을 알았네, 눈물을 감추려고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대목에선 필요 이상의 후카시도 맛볼 수 있다. 이 노래는 실제로 오광록의 애창곡이라고 한다.

응용법: 떠난 뒤에야 사랑인 줄 깨닫는 가사는 부디 남자들끼리 술 마시고 우울할 때 불러주었으면 한다. 옆에 있는 여자 소중한 줄 모르는 남자들이 청승떠는 모습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코믹한 분위기로 놀고 싶다면 오광록 성대모사 삘로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남은 노래들

이래저래 알퐁달퐁 샤방샤방

세상은 넓고 노래는 많다. 영화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는 최신 유행곡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앞서 말한 <밤에 떠난 여인>이나 <Can You Celebrate>처럼 오래 전의 명곡을 끄집어내 향수를 맛보게 하는 일도 있다. 본문에 다 못 쓴 인상깊었던 영화와 TV드라마 주인공의 노래를 몇개 더 추려보았다. 일단, <가문의 영광>에서 김정은이 부르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은 실제로 한동안 노래방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로맨틱’보다는 ‘코미디’에 방점이 찍히면 더 살아나는 김정은의 연기와 딱 떨어지는 초절정청승궁상처량모드로 불러젖히는 <나 항상 그대를>은 노래실력과 관계없는 연기력으로 승부한 곡이 되었다. 귀여운 여고생이 오빠를 꼬이려고 노래방에 갔다면 <어린신부>의 문근영이 부른 이지연의 <난 사랑을 아직 몰라>에 도전할 것(당신이 문근영처럼 부를 수만 있다면!). 피아노를 못쳐도,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가 부른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여친에게 불러주는 남자라면 완소 감동이 될 것이다. “오늘 너무 긴 하루를 보낸 그녀가 잠시라도 즐거웠음 좋겠습니다”라는 코멘트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 것. 연애질에서 능력만큼 중요한 건 성의 표시라는 사실! 매콤하게 발랄한 빠른 템포의 노래에 자신이 있다면 <광복절 특사>에서 송윤아가 부른 <분홍 립스틱>도 좋은 선곡이 될 것이다. 붉거나 검은 피부의 소유자라면 가급적 분홍 립스틱은 바르지 말고 노래하자. 노래방 조명 아래서 잘못 바른 분홍 립스틱은 얼굴을 부시맨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영화 삽입곡은 아니지만, 최강희가 자신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볼륨을 높여요>에서 불렀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하와이언 커플>은 연인과 함께하는 귀여운 듀엣곡으로 활용하기 딱 좋다.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주가를 높인 귀여운 그녀 최강희가 부르는 <하와이언 커플>은 한동안 인터넷 동영상계에서 쏠쏠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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