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에 개봉작을 보세요.’ 충무로에서 개봉 전 예매 할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주 예매율 상위에 랭크됐고 박스오피스 선두를 다투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두개의 예매사이트에서 3500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감행했다. 할인 규모는 사이트당 매일 2천~3천장 정도로 추정됐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소비자는 환영할 일이다. 사실 모든 영화가 할인 이벤트를 한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개봉 전 할인권을 과하게 배포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산업이나 공정한 경쟁에 독이 되는 단기처방”이라 평했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할인 이벤트로 원성을 샀지만 예매권 자체의 구입 규모는 적은 편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할인과 예매권 구입을 합치면 다른 개봉작의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과당경쟁은 단지 한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개봉 전 예매사이트에서 할인권을 배포하고 표를 대량구입하여 예매율을 높이는 일은 관행으로 자리잡힌지 오래다. CJ엔터테인먼트가 내부 메일을 잘못 발송해서 공개된 <중천>의 계열사 예매 사건이나 <웰컴 투 동막골> <실미도>를 비롯한 대형 흥행작들의 과도한 초기 예매도 여기에 속한다. 반면 지난해 <괴물>과 외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개봉 2주간 모든 할인을 거절한 사례는 덤핑을 우려한 적극적인 대응이었다. 한 관계자는 “그런 행동이 경우에 따라 효과를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매 사이트만 수익을 올리고 마케팅 비용만 낭비한 채 영화는 정작 망하는 사례가 더 많다. 게다가 그것이 과학적 데이터나 합리적인 마케팅 베이스가 아니라 개인의 판단에 따르는 의사결정 구조가 더 문제다. 근본적으로는 개봉 1주차에 올인하는 현재의 한국 영화산업 구조가 빚어내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관계사들이 이렇게 예매에 매달리는 이유는 예매율이 스크린 수 확보와 일반 관객의 초기 평판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예매율 높이기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당장 싸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좋지만, 결국 소비자도 자기판단이 아니라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영화를 보기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비자도 결국 피해자”라는 한 마케터의 발언은 그래서 설득력있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