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때는 19세기. 커피농장을 경영하는 쿠바의 부자 루이스 바가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사진을 보고 결혼하기로 결정한 줄리아(안젤리나 졸리)를 맞이하러 부두로 나간다. 뜻밖에 그곳에 나타난 여성은 사진과 얼굴이 다르다. 루이스는 얼굴만 보고 판단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사진을 보냈다는 그녀의 말을 믿고 결혼식을 올리고 그녀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다. 하지만 그녀는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날 줄리아의 언니로부터 동생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걱정된다는 편지가 오는가 하면, 언니가 보냈다는 사립탐정이 나타나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루이스는 자신있게 그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줄리아는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루이스의 예금을 거의 모조리 인출해서. 사립탐정은 그녀는 가짜라며, 진짜 줄리아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말하고 루이스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그녀를 찾아 헤맨다.
■ Review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영화가 시작되면 철창 너머로 안젤리나 졸리의 관능적인 입술이 클로즈업된다. 그 입술이 달싹거리면서 그녀의 과거가 안개를 걷고 햇살 아래로 걸어나온다. 카메라가 뒤로 물러서면 감옥 안에서 그녀가 신부에게 고해성사처럼 과거를 들려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줄리아의 건조한 독백은 <오리지날 씬>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 모든 것들이 쿠바 거리의 한낮처럼 나른하게 흘러간다. 목숨을 내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루이스와 줄리아의 관계도 점차 스릴보다는 드라마쪽으로 흘러가버린다. <원초적 본능>에 버금가는 안젤리나 졸리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정사장면도 나른한 러닝타임을 구제하기엔 역부족이다. 감독 마이클 크리스토퍼는 비운의 슈퍼모델 지아에 관한 TV영화 <안젤리나 졸리의 지아>로 감독 데뷔했으며, 그 이전에 <이스트윅의 악녀들> <폴링 인 러브> 등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위정훈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