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싼티 나는 코미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2007-02-17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복면달호> 배우 차태현

오는 2월15일 <복면달호>가 개봉한다. 개그맨 겸 MC 이경규가 만드는 두 번째 코미디물에서 차태현은 로커가 되고 싶은 꿈을 좇다 트로트 가수가 된 20대 청년 봉달호를 연기한다. <복면달호>는 제작자로만 참여한 이경규의 이름 석자가 영화의 모든 화젯거리처럼 다루어졌던 영화이지만 차태현 개인에게는 가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한껏 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1일 결혼 이후 선보이는 첫 영화다. 차태현이 이 영화를 찍은 과정과,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고 난 그가 이번 영화를 넘어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차태현은 올해 서른두살이다.

-지난해 결혼하고 얼마나 쉬었나.
=3개월 쉰 것 같다. <바보> 촬영 때 8kg 찌우고 그거 끝내고 살 다 못 뺀 채로 1개월 있다 바로 결혼하고, <복면달호> 들어가면서 다시 많이 뺐다.

-<바보> 개봉은 언제쯤인가.
=잘 모르겠다. 일단 <복면달호>부터 개봉하고 반응 좋으면 하려나. 원래 지난해 11월인가 잡혀 있었고 찍은 지도 8개월 정도 됐다. 찍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찍고 나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웃음)

-투자사와 제작사의 문제인가.
=그런 것 같다. 그런 일을 처음 겪어봐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본인 생활에서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은 뭐라고 느끼나.
=어찌됐건 결혼이 큰일이긴 하니까, 하나 해결했다라는 게 편하다. (웃음) 현실적으로 바뀐 것 중 하나는 전에 부모님과 살았을 땐 항상 8시에 차려주시는 밥 먹는 게 습관이었는데 와이프는 11시 전엔 못 일어난다. 아침이란 게 없어지고 다 브런치가 됐다. (웃음) 그런 걸로 싸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더라. 크게 이해 못할 일도 아니고 내가 뭐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니고, 꼭 먹어야 될 것도 아니고. 원래 성격이 (내가) 많이 받아주는 편이어서 싸울 일이 크게 없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애초 시기를 그때쯤으로 잡으려고 했던 건가.
=원래는 2005년으로 잡으려고 했다. 옛날부터 결혼은 서른이나 서른한살에 하고 싶었다. 그 시기를 넘어가면 와이프 나이도 있으니까(차태현과 동갑) 넘어가면 안 좋은 거 같고. 그걸 예전부터 생각은 했었는데 가면 갈수록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파랑주의보>가 멜로다 보니 (결혼 사실이) 영화에는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서. 제작사나 혜교한테도 미안하더라. 그래서 그땐 (결혼 사실을) 안 밝혔던 건데, 밝히나 안 밝히나 흥행은…. (웃음)

-결혼을 결정하고 고른 영화가 <바보>와 <복면달호>다. 하나는 말 그대로 바보 역할이고 또 하나는 철없는 20대 애다. 결혼 전과 후에 있어서 본인 이미지의 연장선을 놓고 고민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지금 되게 애매한 나이다. 결혼하고 안 하고의 차이보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도 그거다. 무슨 역할을 하고 싶어요, 라고 물어봤을 때 제일 할 말이 없는 시기인 게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은 없기 때문이다. 멜로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코미디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너는 내 운명> 같은 걸 하자니 나이가 어리고, 그런 걸 기다리면서 2∼3년을 그냥 있자니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고. 대신 대박을 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기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미지를 굳이 바꿔야겠다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달라질 거라고 본다. 그 애매한 나이에 두 작품(<바보> <복면달호>)이 들어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3∼4년쯤 더 지나 정민이 형이나 경구 형 같은 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깔리면 되는 거고. 지금은 얼굴도 안 되고 아무 조건도 안 되는데 억지로 해봐야 그건 안 되는 거다.

-<복면달호>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감사했다는 건지.
=결혼이나 나이에 구애받는 연기는 아니었으니까. 록과 트로트를 다 소화해야 하는 연기라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그걸 잘해야 이 영화가 커버되는 거니까. 또 <복면달호>에서는 트로트를 잘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호가 로커였을 때 부르는 <매일매일 기다려>를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해결이 안 되면 뒤에 가서 하는 트로트는 아무 소용이 없는 거다. 그래서 그 점에 중점을 뒀는데 제작자나 감독은 그렇게 디테일하게 생각을 못했다. 시나리오의 컨셉도, 상황도 좋은데, 그것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가 더 중요한 거고 그건 연출로만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부분들을 책임지는 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

-노래 연습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나.
=시간도 없었고, 영화가 설날에 개봉한다는 것도 무리였다. 지난해 9월 중순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노래가 다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촬영 중간에 연습도 하고 녹음도 했다. 내가 노래 안 하면 끝이고 목 상태가 안 좋아서 못하면 끝인 건데, 와중에 그걸 다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교통정리까지 하고. 중간에 이(경규) 대표님 얘기들까지 나오고. 근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성격 자체가 맞춰주는 편이라 어찌됐건 정리하고 풀고 해가면서 마쳤다.

-노래가 다 안 나왔었다고 하면 주제가인 <이차선 다리>도 그랬던 건가.
=그 노래는 공을 정말 많이 들였다. 굉장히 많은 곡들 중에 뽑은 노래다. 그것도 여기저기 열심히 모니터만 하고 의견 모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노래는 빨리 정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귀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까. 나는 그 노래(최종적으로 선택된 노래) 데모 테이프가 나왔을 때 듣고 무조건 이걸로 가야 한다 그랬었다. 그 가사가 나왔을 때도 그걸로 가야 한다 그랬고. 코믹하게 쓴 가사가 하나 있었다. 제목이 ‘이차선 다리’니까 가다가 차가 막힌다는 둥 유턴을 해야 하는데 유턴이 안 된다는 둥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거였다. 속상했다. 재미는 있겠지만 왜 그렇게 가야 하나, 왜 그렇게 싸게 가려고 그러나 그게 너무 속상했다. 결국 노래만큼은 내 주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어쨌든 내가 노래를 했던 사람이고 활동도 했던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이쪽 의견이 더 나을 수 있지 않나. 일반 사람들 의견보다는. 요즘 가요계에 재밌는 가사 쓰는 게 트렌드라고 해도, 내가 복면도 쓰고 나와야 하는데 가사까지 그렇게 가면 영화가 싼티 나는 코미디가 될 수 있으니 그렇게는 만들고 싶지 않다, 처음부터 그런 얘길 많이 했다. 카메오 같은 것도 안 나왔음 좋겠고. 얼마나 많이 도와준다고 했겠나. 이 대표님이 영화 한다고 하니. 가수분들 다 나온다 그랬었다.

-트로트 가수분들 말인가.
=이 대표님이 이 영화 만든다고 1년 정도 가지고 계시는 동안 (카메오 제안이) 많이 들어왔나보더라. 영화에 나오는 짝퉁 가수 ‘태준아’가 입은 옷이 다 태진아 선생님 옷이다. 다 베르사체다. 그런 건 도움이 많이 됐다.

-트로트 <이차선 다리>와 록메탈 <매일매일 기다려>는 어떻게 연습했나. 샤우팅도 직접 했던데.
=샤우팅은 고등학교 때 기타반에서 축제 때 밴드 공연을 하는데 거기 객원보컬로 참여할 때 처음 해봤다. 나는 3곡 부르고 다른 친구가 4곡 부르기로 했다가 그 친구가 아파서 내가 7곡 다 하게 됐다. 나는 신성우씨 노래 같은 거 부르려고 했는데 걔 노래들이 그게 아니었다. 스키드 로니 본 조비니 그때 처음 알았고 그 이후로 록을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가수한다고 앨범 처음 낼 때도 록을 하려고 했다. 안 어울린다고 주위에서 말렸다. (웃음) 그래서 ‘그럼 퍼포먼스 보여주고 댄스나 한번 해볼까요?’ 그랬더니 아, 좋대. (웃음) 그땐 탤런트하시는 분들이 가수 활동하면 조용한 노래들을 많이 했는데 그건 또 식상하니까 우리 댄스나 한번 해보자. 그게 그렇게 된 거다. 그보다도 1년 전에는 음반 내려다 망한 것도 하나 있다. 그땐 정말 록발라드를 했다. 녹음도 다 했는데 음반사 사장님이 노래 듣더니 야, (웃음) 고개 흔들면서 시 읊는 거 같다고 안 되겠다 해서 접은 거였다.

-그런 맥락에서 <복면달호>가 반가운 점도 있었겠다.
=음악영화를 하면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 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스쿨 오브 락>을 너무 재밌게 봤다. 아무 기대 안 하고 봤다가 와 정말, 사실 애들 영화도 성공하기 힘들고 음악영화도 성공하기 힘든데 그건 ‘애들음악영화’를 너무 잘 만들어서 성공까지 시킨 거지. 그게 너무 좋더라. 그 생각이 나서 이 영화 찍으면서도 정신적,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어도 좀더 잘해야지, 잘 해결해야지 그런 맘이 있었다.

-제작자 이경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분이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과정을 거쳤는지는 나는 알지도 못하고 알 바도 아니다. 이 시나리오는 스튜디오2.0 김승범 대표님한테서 받았다. 이 대표님이 관여했고 기획했다는 것까진 알고 봤지만 사실은 김승범 대표님네가 공동제작을 하기 때문에 대본을 보게 된 거다. 이 대표님이 단독 제작자였으면 크게 부담을 안고, 조금 생각을 많이 하고 읽었을 거다. 그리고 만약 감독 이경규였으면 (책장을) 안 넘겼을 거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대표님이라서 안 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근데 그게 기사화되고 언론에 나오니까, 팬들이 반대를 하더라. 일반 사람들이 하지 말라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팬들이 그러는 걸 보고 이 편견과 선입견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심하구나라는 걸 알았다. 와중에 점점 오기도 생겼다. 제작보고회 때도 얘기했지만, 편집본 보고 확신한 것은 이제 이 대표님이 영화한다는 게 더 이상 개그의 소재는 되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 정도의 기본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안 만들려고 했던 거고. 내가 이 영화 한다 그러니까 중훈이 형이, “<투 가이즈> 이후에 니가 정말 힘들었구나” 그러더라. (웃음) 그 정도로 편견이 심했던 거다. 이 영화 찍으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니까 동건이 형은 그랬다. 당연히 그건 내가 정리를 해야 하는 거고, 주연배우가 해야 하는 몫이라고. 그런 일은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그 말이 위안이 됐고 힘이 됐다.

-이경규씨를 제작자로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를) 더 하셔야지. 원래 제작자를 하시려고 한 건 아니었을 거 아닌가. 감독의 꿈이 있으시니까. 제작자는 감독하고 또 다른 것 같다. 더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 어쨌든 이 영화 이후로는 사람들이 <복수혈전> 얘기를 많이 안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봐도 절반의 성공이다. 본인이 계속 제작자를 하실지는 모르겠다. 연출의 꿈을 버리기가 쉽진 않으실 것 같다.

-<이차선 다리>로 가수 활동을 잠시나마 할 생각은 없는가.
=영화가 잘되고 노래가 잘돼서 어디 나오라고 해도, 막상 나가기는 참 애매하고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또 한곡이 생긴 게 좋다. 그전에는 O.S.T 삽입곡 아무리 불러도 사람들이 잘 몰랐는데 이 노래가 잘되면 행사 같은 데 가서 <I Love You> <Again To Me>(본인의 가수 히트곡) 다음에 <이차선 다리>까지 쭉 할 수가 있지, 편하게. (웃음) 내가 지겨워서 못하겠다. (웃음) 연말 되면 형들이랑 모인 자리에서 “새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하고 <이차선 다리> 불러야지.

-출연하는 장르에 관해서는 멜로나 코미디 외에 다른 장르로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일부러 막 영화를 골라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 엄마가 그러시더라. 너는 왜 박찬욱, 이준익, 이런 감독님들하고 영화 안 하냐고. 그런 분들이 나를 어떤 면에서 새로 끄집어내겠다 하시면 할 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해도. 그만큼 감독을 믿고 갈 수 있고 원래 감독의 권한과 관련해서 얘기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이번에야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지만. 편집실이란 델 가본 것도 드라마, 영화 통틀어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약간 불안한 것도 있었고, 감독님이 원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편집실을 안 가니까 영화에 애정이 없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어쨌든 내가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보겠다고 하면, 드라마라면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그러기에 너무 큰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내 생각만 갖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를 한번씩 왔다갔다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큰 이미지 변신은 못할 수 있지만 부담은 덜하다.

-가족계획은 세웠는지.
=내년에 낳고 싶다. 올해는 너무 애들이 많아서 낳고 싶지 않아. (웃음) 나는 쌍춘년이 뭔지도 몰랐고 황금돼지해가 뭔지도 몰랐다. 내년 1월 즈음 낳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딸을 낳아야 한다. 몇명은 모르겠고 일단 딸이 나와야 끝난다. (웃음) 내가 해보니까 아들은 전혀 필요없다. 딸이 있어야 집안이 화목하다. 그 다음부터야 둘이든 셋이든 상관없다. 하나는 좀 그렇고.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우리 아버지처럼만 됐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는 예전부터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셨다. 근데 이것의 단점은 애들이 좀 버릇이 없어진다는 거지. (웃음) 예절을 못 배워가지고, 사회생활할 때 조금 힘들다. (웃음) 싸가지없다고 오해도 많이 받고. 그래도 우리 아버지처럼만 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일하러 나가실 때 우리 엄마랑 뽀뽀하고 그러신다. 일부러라도.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지금의 일은 계속할 건가.
=장사나 이런 건 전혀 못하고, 사업에 대한 생각은 1%도 없다. 근데 모델은 바꿨다. (박중훈 선배에서) 안성기 회장님으로. 나이가 들어서 조연상을 꼭 한번 받아보고 싶다라는 얘기가, 물론 그것도 교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안성기 선생님이 조연상 받고서 “꼭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또 주연상까지 받으셨으니. 어떤 기사에도 났지만 갈수록 주연상 수상자 나이가 어려지고 있는데 그 나이에 주연상을 받은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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