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베를린영화제 진출한 한국영화 이모저모
2007-02-14
글 : 오정연

경쟁부문에 진출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박찬욱), <히야쯔가르>(장률) 외에도 57회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한국영화는 모두 9편이다. 영화제 기간 중 정확히 절반이 지나간 2월12일 현재,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포함하여 4편의 한국영화가 기자시사를 마쳤다.

<아주 특별한 손님>-포럼

<Ad Lib Night>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윤기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은 영화제 공식데일리인 <버라이어티>가 1호 데일리에서 <후회하지 않아>와 함께 한국에서 온 두 편의 영화로 소개하는 등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버라이어티>의 데릭 엘리는 주인공 소녀가 자신을 명은이라고 착각하고 말을 거는 두 남자를 따라 서울 변두리의 작은 마을로 향하는 영화의 첫시퀀스를 “여주인공의 공손한 캐릭터와 그녀의 호기심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언급하며, 주인공을 연기한 한효주의 연기 등을 칭찬했다. <스크린인터내셔널> 데일리는 “한국의 이윤기 감독은 여성의 고독과 비정상적인 가족에 사로잡힌 듯 보인다”는 말로 리뷰를 시작하여 “머뭇거리는 태도와 눈빛을 통해 표현한 한효주의 절제된 연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격렬하고 연극적 연기를 선보이는 몇몇 조연들과 대조를 이뤘다”고 끝맺었다.

<D-War>-마켓시사

<용가리> 이후 심형래가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만간 한국 개봉을 앞두고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는 <D-War>는 마켓 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데릭 엘리의 <버라이어티> 데일리 리뷰는 “A등급의 특수효과가 Z 등급의 플롯과 만난 영화”라고 소개하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7천만 달러로 남한 최고의 제작비를 기록한 <D-War>는 가장 비싼 DVD용 컬트영화로 남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재 LA와 조선왕조를 오가는 플롯을 지닌 영화의 대사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능적이거나, 극중 인물 사라의 외침처럼 ‘이건 모두 말도 안되는 일’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평했다.

<a.k.a. Nikki S. Lee>-포럼

‘니키 S. 리라고도 알려진’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행위예술-페이크다큐멘터리를 만든 니키 S. 리 감독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잘 알려진 미술가다. 이승희라는 본명을 지니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사진과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대에 들어간 이후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니키 리는 그간 외모와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완성한 <a.k.a. Nikki S. Lee>는 흑인으로, 히피로, 히스패닉으로, 펑크족으로, 전문직여성으로, 심지어 노인으로 변신해온 자신의 모습 중 무엇이 진짜일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과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찰을 이어간다. 베니스를 비롯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미술 컬렉터 등 서구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자신의 모습을 담는 와중에 이재용 감독부터 제레미 아이언스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인사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재용 감독 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영화감독 및 영화관계자와 친분을 지니고 있는 니키 S. 리는 현지에서 가진 <씨네21>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앞으로 상업극영화로 충무로에서 감독 데뷔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그의 첫 번째 극영화는 <a.k.a. Nikki S. Lee>와 마찬가지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게 될 것이며, 실제 충무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출된 여배우의 일상을 따라갈 예정이다. 그가 본래 지닌 캐릭터를 어느정도 활용하면서도 변형을 가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여배우가 이를 실제 자신인 것처럼 일상을 연기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 과정에 충무로의 내로라 하는 감독과 관계자를 직접 출연시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화를 담게 될 것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한국 최고의 배우이면서,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정, 새로운 작업에 즐겁게 도전할 수 있을만한 여배우”를 대상으로 캐스팅에 들어갈 것이며 영화사 봄이 제작을 맡는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배우가 정해진 뒤에 거기에 맞춰서 쓸 예정이다.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늦어도 내년에는 촬영에 들어가서, 1년 가까운 긴 촬영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것이 감독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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