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몽골을 배경으로 한 <투야의 결혼>, 57번째 황금곰 주인
2007-02-18
글 : 오정연
박찬욱 감독은 알프레드 바우어상 수상

2월17일 오후(현지시각) 57번째 황금곰의 행방이 가려졌다. 영화제의 공식폐막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 결과, 장편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은 내몽골 유목민의 생생한 삶과 문화를 소재로 한 <투야의 결혼>에게 돌아갔다. <투야의 결혼>은 왕쿠아난 감독의 세번째 영화로, 불구가 된 전남편과 두 자식을 데리고 재혼하려는 투야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기대했던 감독들의 신작이 모두 범작이나 졸작으로 드러났던 영화제 전반부에 상영되어 지속적인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수상자 기자회견장에서는 올해 베를린에서의 중국영화의 선전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었다.

심사위원그랑프리는 중산층 중년 남성의 실존적 고민과 이에 따른 여행을 따라잡은 <El Otro>가 수상했다. 영화제 중반부에 공개된 이후, 전형적인 플롯과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등 때문에 온갖 혹평을 받았던 영화로 수상결과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극적인 변화없이 격렬한 감정의 여정을 표현해낸 주연배우 훌리오 차베스의 연기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결국 차베스에게는 남우주연상이 주어졌다. 남자배우는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아 감독이 두 마리의 은곰과 함께 수상자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아르헨티나 영화에 대한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수상결과에서 베를린의 정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부문은 감독상. 이스라엘 영화 <보포트>의 조셉 세다르가 그 주인공이다. 레바논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이스라엘의 비밀 기지 보포트에서 이스라엘군이 2000년 퇴각하던 무렵을 배경으로, 전쟁의 무의미함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중동문제에 대한 정치적인 발언없이 전쟁 자체의 폭력과 비인간성을 성찰했다. 수상자 기자회견 역시 반전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독일 아트하우스 영화의 떠오르는 신성감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옐라>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폭력적인 스토커로 돌변한 전남편을 떠난 옐라가 한 사업가를 만나 새직장을 찾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기이한 과정 안에서 혼자의 힘으로 영화를 이끌어간 니나 호스는 <장밋빛 인생>의 마리온 고티야, <이리나 팜>의 마리안느 페이스풀, <투야의 결혼>의 유난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덕분에 호스는 이러한 수상결과에 대한 소감과 다른 경쟁자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계속해서 답변해야했다.

이밖에도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윌리엄 허트, 알렉 볼드윈, 티모시 허튼, 조 페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로버트 드니로의 연출작 <굿셰퍼드>는 조화로운 캐스팅으로 예술공헌상을, 제이미 벨(<빌리 엘리어트>)가 예민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할람 포>는 최고음악상을 수상하여 은곰상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공동경비구역 JSA>이후 6년만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들고 경쟁부문을 찾은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의 창설자의 이름을 따서 특별한 혁신을 이룬 작품에게 수여하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거머쥐었다. 폐막식에서 수상소감으로 부인에게 감사를 표한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에 요들을 삽입했기 때문에 이상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는 농담으로 수상자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름을 언급한 것에 대한 부인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카데미상 같은 각종 시상식을 보면, 수상자가 이름이 불리는 순간 아내와 포옹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일어나려 하지 않으려고 해서 포옹을 못했다. 있다가 만나면 왜 그런 소리를 해서 사람을 창피하게 했냐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했다.

이하 주요 수상결과

장편경쟁부문
황금곰상

-최우수작품상/ <투야의 결혼>(중국, 감독 왕궈난)
은곰상

-심사위원그랑프리/ <The Other>(아르헨티나, 아리엘 로터)
-감독상/ 조셉 세다르 <보포트>(이스라엘)
-여우주연상/ 니나 호스 <옐라>(독일, 크리스티안 펫졸트)
-남우주연상/ 훌리오 차베스 <The Other>
-예술공헌상/ <굿셰퍼드>의 The Ensemble Cast (미국, 로버트 드니로)
-음악상/ <할람 포>(영국, 데이비드 맥켄지)

알프레드 바우어상
-박찬욱 <싸이보그지만 괜찮아>(한국)

단편경쟁부문
황금곰상
-<Contact> (Hanro Smitsman)

은곰상
-심사위원상/ <Pick-Up> (Manuel Schapira)
<Mei> (Arvin 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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