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소녀들의 춤, <훌라걸스>
2007-02-20
글 : 정재혁

일시 2월20일
장소 메가박스 신촌
이 영화

1965년, 일본의 탄광촌 이와키시. 에너지의 주원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이 곳의 탄광도 위기에 처한다. 이에 마을에선 석탄 사업을 접고 레저 사업을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하와이안 센터의 설립이 결정된다. 하와이안 센터의 무대를 밝혀줄 훌라댄서의 모집과 함께 도쿄에서 이들을 가르쳐줄 선생 히라야마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가 내려오고, 동시에 마을의 광부 2천 여명이 정리해고된다. 네 명에서 시작한 훌라댄서는 조금씩 그 인원이 많아지고, 친구의 권유로 댄스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타니가와 기미코(아오이 유우)는 탄광촌에서의 불투명했던 미래를 훌라댄서로 새롭게 펼쳐나가려 한다. 댄서 친구들과의 우정, 사라져가는 부모세대와의 만남, 불투명한 꿈을 향한 도전 등 이와키시를 무대로 인간들의 다양한 양상을 담아낸 이 영화는 <69 식스티나인> <스크랩헤븐> 등을 만들었던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2006년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일본영화 베스트10’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0자평

<스크랩 헤븐>과는 사뭇 다른, 하지만 <69 식스티나인>과는 닮은 이상일 감독의 신작. 이전 세대와의 분절과 혼란을 유쾌한 훌라댄스로 풀어나가려 한다. 다양한 인간들의 많은 이야기를 무리없이 담아내는 연출솜씨는 돋보이지만, 다소 산만한 이야기의 균형이 위태로워 보인다. 다만 타니가와 기미코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의 이와키 지방 사투리와 훌라댄스 장면은 놓치기 힘든 부분이다.
정재혁/ <씨네21>기자

완전 문외한이 스포츠나 악기, 무용을 배워 멋진 공연을 해낸다, 라는 스토리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이야기공식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는 그럴 만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고 그래서 마침내 힘겨운 연습 끝에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모두가 감격한다. 이번 도전 목표는 '훌라'춤이다. <훌라걸즈>는 1965년 후쿠시마현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따뜻한 훌라춤 도전기를 그려낸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강원도 태백 같은 그곳에 어느 날 "훌라 댄서 모집" 공고가 나붙는다. 사양길에 접어든 탄광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계획이 바로 하와이언센터 건설이고 거기서 공연할 댄서를 모집하는 것이다. 영화는 훈련과 연습과정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미래가 어두운 일에 종사하는 마을 사람들의 사연에도 고루 눈길을 주는 휴먼드라마이다. 단, 너무 익숙한 공식은 감동도 미리 가늠하게 하는 흠이 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탄광촌에서 춤을 배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아이의 이야기라면 우선 <빌리 엘리어트>가 생각난다. <훌라 걸즈>가 <빌리 엘리어트>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면, 그것은 '한명의 천재 소년'의 꿈이 아니라, '여러명의 평범한 소녀들'의 꿈을 그린다는 것이다. 1965년 일본 변방의 탄광촌의 소녀들에게 아직 '근대화'는 도래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집 나오고 오해받고 얻어 맞으며 춤을 배운다. 사양길의 석탄산업(2차산업)이 레저산업(3차산업)으로 바뀌고, 괴롭게 땅 파는 일이 아니라 웃으며 남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소녀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함께 간다. <훌라 걸즈>는 어쩌면 너무 계몽적이고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진지한 필치로 그린 문닫는 탄광촌의 풍경과 소녀들의 열정적인 춤이 주는 매력은 감동을 얻기에 충분하다. 특히 <하나와 엘리스>에서 엘리스로 나왔던 '아오이 유우'의 땀에 젖은 예쁜 얼굴과 투박한 사투리 억양을 잊기 어렵다. 매우 고전적인 서사이지만, 영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충분한 영화라 할만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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