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花>는 중국영화 명성에 먹칠을 한 블록버스터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교육기관인 중앙당교가 기관지 <스터디 타임스>의 칼럼을 통해 장이모 감독의 신작 <황후花>를 맹공격했다. 당나라 말기 황실의 비극을 그린 영화 <황후花>는 제작비 4500만달러가 소요된 중국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작품. 장이모 감독은 이 영화로 2002년 자신이 세웠던 중국 박스오피스 기록(<영웅>, 흥행수익 3500만달러)을 개봉 20일 만에 경신했다.
<스터디 타임스>가 <황후花>의 나쁜 점으로 지적한 것은 이 영화가 “도덕적인 기준도 없이”, “유혈낭자한 잔인한 장면”과 “사치스런 세트”로 뒤범벅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본 뒤 사라지지 않는 역겨움만 남았다”는 말로 칼럼을 시작한 타오둥펑은 “순수예술은 돈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좋은 영화는 화려한 장면과 효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비판한 뒤, “도덕 자체가 위대한 예술을 만들어낼 순 없지만, 그게 없는 ‘블록버스터’는 단지 관객을 기분 나쁘게 할 뿐”이라고 평했다. 또 세간의 평을 인용해 “몇몇 사람들은 심지어 장이모 감독을 스크린에 빨간 페인트를 끼얹는 도공으로 표현했다”며, <황후花>를 “간단히 말해 잔인한 핏빛 영화”라고 정의했다.
1990년 <국두>, 1991년 <홍등>, 2003년 <영웅> 등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세 차례 작품을 노미네이트시킨 바 있는 장이모 감독은 한때 중국 정부로부터 영화상영 금지 조치를 받았던 감독. 하지만 <영웅> 이후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감독 중 한명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가 중국 공산당 관련 기관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은 다소 의아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영화 속 황제가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에 어울리지 않고 비장하게 쿠데타를 준비하는 장면이 공산당의 심기를 자극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또한 <스터디 타임스>는 “최근 영화와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의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에 대해 중국 정부의 검열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중국영화 당국이 행정적인 지원을 미끼로 재능있는 예술감독들의 능력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