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눈과 바람을 겪고 한숨을 돌린 지난 2월19일 일요일, 오직 불어권 퀘벡주 영화만을 위한 영화 축제 주트라 어워드(Jutra Award)가 몬트리올의 대표적인 불어 방송국 ‘라디오 캐나다’ 주최로 열렸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주트라 어워드는 캐나다의 모든 영화를 아우르는 캐네디안 지니 어워드(Canadian Genie Award)와는 달리 오직 퀘벡영화만을 다루기 때문에 퀘벡 영화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캐나다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퀘벡, 특히 몬트리올은 불어를 사용한다는 특수한 환경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영화산업이 활발하게 발전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 주트라 어워드는 그 자존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영화는 지난해 가을 개봉한 <콩고라마>(Congorama)다. 개봉 당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감독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벨기에 발명가 미쉘이 가족의 뿌리를 찾아 퀘벡의 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겪는 얘기를 다룬 <콩고라마>는 따스한 유머가 담긴 일종의 로드무비다. 반면, 지난해 크게 히트한 액션코미디 <좋은 경찰, 나쁜 경찰>(Bon Cop, Bad Cop)과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드라마 <키갈리에서의 일요일>(A Sunday in Kigali)은 주트라 어워드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영어와 불어가 혼재된 영화 <좋은 경찰, 나쁜 경찰>은 편집상을 가져가는 데 그쳤고 무려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키갈리에서의 일요일>은 음악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으나 주요 부문은 가져가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지니 어워드와 주트라 어워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고 퀘벡 내에서 큰 호응을 얻어 세계 40개국으로 수출된 <C.R.A.Z.Y.>는 올해 주트라 어워드에서도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퀘벡영화에 주어지는 상을 또 한번 받음으로써 성공을 치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