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왕이 개구리로 변신하면서 두 번째 막을 내린 <슈렉>의 세 번째 이야기가 돌아온다. 모두가 걱정한 바처럼 ‘겁나먼 왕국’의 상황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왕의 부마가 된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의 왕궁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늪에서 진흙으로 목욕이나 하며 지내는 게 딱 어울리는 슈렉에게 극상의 격식과 의례 따위가 어울릴 리 만무하지 않은가. 게다가 해롤드 왕의 병세가 위급해지면서 슈렉의 처지는 더욱 난처해진다. 자칫 왕위라도 덥석 물려받는 날이면 그는 평생 딱딱한 틀 속에 매여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결국, 슈렉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피오나 공주(카메론 디아즈)의 유일한 친척인 아티를 찾아와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은 고향인 늪으로 돌아가는 것 말이다. 결국 그는 아티(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이 틈을 타 차밍 왕자는 쿠데타를 기도한다.
<슈렉3>의 미완성 버전을 테스트 스크리닝을 통해 미리 접한 한 미국 관객은 “전작 두편만큼 유머와 조크를 많이 넣지 않은 대신 스토리와 너무 많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본 버전이 40% 정도만이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됐고, 나머지는 스토리보드로 이뤄진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견은 그닥 존중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렉3>에 당나귀, 장화 신은 고양이 등 기존 캐릭터가 고스란히 출연할 뿐 아니라 아티(아티는 아더의 애칭, 그렇다면 아더왕?)를 비롯해 새로운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새로운 캐릭터들은 차밍 왕자의 쿠데타 세력에 속한 후크 선장, <백설공주>의 왕비, 그림동화에 등장하는 붉은 망토, 럼펠스틸트스킨 등 동화계의 악당들과 이를 저지하는 피오나 공주의 지하조직 소속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등 동화계의 공주병 환자들이니 오히려 재미를 배가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물론 <슈렉3>가 미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전작들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슈렉이 더러운 진흙 속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을지는 5월 미국 개봉이 시작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메론과 저스틴의 재결합 소식은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