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여신도 질투한 뜨거운 목소리,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
2007-02-28
글 : 김도훈

비욘세 놀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제니퍼 허드슨이다. 등장 횟수와 갈아입고 나오는 의상 수로 따지자면야 비욘세 놀스가 <드림걸즈>의 여신임은 당연한 일. 그러나 에피 역의 허드슨이 그룹에서 쫓겨나며 <And I’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부르는 순간 전세는 역전되었다. 허드슨은 관객의 갈채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가져갔고 오스카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약간 과체중의 생짜 신인이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가는 과정을 지켜본 비욘세의 기분은 어떨까. “제가 연기할 캐릭터가 스타가 아니라는 사실쯤 알고 있었어요. 저는 이미 스타잖아요? 이미 그래미상을 9개나 받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은 제가 노래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한 20파운드쯤 살을 더 찌워서 에피 역을 맡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인터뷰의 행간이 조금 삐딱하다. <배니티 페어> 표지에서 제니퍼 허드슨만 쏙 빠진 이유도 그 때문일까. 할리우드 가십은 여기까지.

지난 2004년, 제니퍼 허드슨은 <폭스TV>의 가수선발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하기 위해 오디션장에 몰려든 수백만명의 스타 지망생 중 한명이었다. 놀랄 만한 가창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그녀는 생애 최고의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시청자 투표에 의해 우승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7위로 짧은 유명세를 끝마치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제니퍼 허드슨이 탈락하는 순간 미국의 수백만 시청자가 눈물을 쏟아냈고, 세명의 심사위원들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으며, 심지어 엘튼 존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녀가 나의 베스트”라며 허드슨의 탈락을 탄식했다. <드림걸즈>의 제작진 역시 <아메리칸 아이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탈락자를 그냥 지나쳐 보지 않았다. 빌 콘돈 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본 허드슨은 6개월의 기다림 끝에 결국 에피 역을 거머쥐었다. “첫 오디션에서 그들은 내 옷을 보며 ‘진짜 에피답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 옷이 없어서 겨우 챙겨입고 나온 장례식 드레스였는데.”

재미있게도 허드슨은 에피라는 역할이 <드림걸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촬영에 임했다. 빌 콘돈은 허드슨이 무대에서 퇴장하며 노래를 쏟아내는 장면이 “<드림걸즈>의 에베레스트 봉우리”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허드슨을 다그쳤다. “제니퍼 당신은 너무 착해. 나는 당신이 더 공격적이 되기 원해. 화를 내! 물건을 집어던지라고!” 에디 머피와 비욘세 놀스, 제이미 폭스 같은 우상에게 둘러싸인 허드슨은 “어쨌거나 대사만이라도 정확하게 소화하고 빌 콘돈 감독을 실망시키지만 않으면 성공”이라는 새내기의 마음으로 한신 한신을 연기했다.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는 꿈도 꾸지 못했다. 기죽지 않고 같이 촬영하는 스타와 영화사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만으로도 힘겨웠다. “촬영 중에는 에피 역에 이토록 무게가 실린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만약 그걸 알았더라면, 아마도 신경쇠약으로 무너져내렸을 거다.”

의심 많은 당신이 허드슨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조금 과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인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허드슨에게 던졌던 충고와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당신은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만 노래를 불러. 도무지 강약 조절이 없잖아.” <And I’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강렬하지만, 허드슨은 감정과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지 않고 북받친 감정을 지르듯이 토해낸다. 얼이 빠지도록 강렬한 에너지에 쉬이 질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수능란한 디바의 에피는 참으로 재미없었을 것이다. 원석의 뭉툭한 매력을 잃지 않은 제니퍼 허드슨은 “매일매일 스스로를 꼬집으며 이 모든 것이 환상이 아닐까 의심”하는 동시에 “솔이 듬뿍 담길”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거식증에 걸린 듯 비쩍 마른 오스카 트로피 따위야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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