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1편이 제작될 당시에 주연이자 각본을 쓴 실베스터 스탤론도 무명이었지만 음악을 맡았던 빌 콘티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이탈리아 혼혈의 서른살 무명 복서가 세계 챔피언과 시합을 벌인다는 비장한 이야기를 위해 그가 작곡한 메인 테마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관객의 입에서 흥얼거리는 명테마로 남았다. 두 마디만 불러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록키>의 테마는 그러나 2편까지만 사용됐다. 3편과 4편에는 팝그룹 서바이버가 부른 <Eye of the Tiger>가 메인 테마 역할을 했고, 록키가 권투 글러브를 끼지 않은 5편에서는 이런저런 노래들이 테마 자리에 있었으나 딱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없었다.
아무래도 가장 ‘록키’답다고 할 수 있는 테마는 1, 2편의 <Gonna Fly Now>다. 상승조의 멜로디에 록과 클래식을 힘차게 결합시킨 이 테마는 듣는 이의 가슴을 이유없이 뜨겁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이제 와 다시 들어보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사운드 규모의 왜소함을 느끼게도 되지만 코끝은 이미 시큰해졌고 심장은 뛰고 있다. 역시 엄청난 히트를 했던 <Eye of the Tiger>에 없는 것도 그 같은 벅참이다. 시리즈 최종편 <록키 발보아>의 개봉과 함께 <록키> 시리즈의 주요 테마들이 한데 묶여 앨범으로 나왔다. 가장 유명한 두곡 <Gonna Fly Now> <Eye of the Tiger>가 1, 2번 트랙으로 나란히 붙어 있다. 이유는 알겠는데 감상자 입장에서 딱히 매끄러운 배치는 아니다. 그외에 아드리안의 테마와 3편에서 나란히 히트했던 팝넘버 <No Easy Way Out>, 4편에서 제임스 브라운이 직접 등장해 불렀던 <Living in America> 등이 골고루 실렸다.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30년이라는 세월이 각 트랙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에서 느껴진다. 호를 밝히라면 당연히 1번 트랙이다. 그것밖에 없지만, 그것 하나로 이 사운드트랙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