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다큐멘터리스트의 의로운 작업, 4900만 관객을 기다린다 <송환>
2007-03-02
글 : ibuti

전체로서의 역사가 아닌 한 시기, 그러니까 <송환>의 완성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평가해보면 역사가 항상 진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남과 북의 수반이 만나 손을 잡고,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녘으로 떠난 뒤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오래전 분단을 획책한 세력이 여전히 통일을 가로막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하지만 <송환>을 다시 보는 건 단지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원수로 삼는 미국을 똑바로 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송환>은 신념을 위해 30년 넘는 세월을 0.75평 감옥에서 보낸 장기수들을 무기력한 혁명가나 고집불통 늙은이가 아닌, 존재 자체로 통일운동의 희망과 힘을 주는 사람으로 그린 작품이다. 더불어, 꼭 그런 뜻이 아니어도 좋다. 필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지켜낸 자가 성취한 특별한 삶’과 ‘노동의 숭고함’ 같은 보편적인 메시지를 <송환>보다 사무치게 전달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김동원의 다큐멘터리는 지적이고 전문적이며 화려한 유와는 거리가 있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의로운 작업’인 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어선다. 유독 심성이 오래도록 남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일전에 해외공관용 자료에서 <송환> DVD를 봤음에도 시중에서 구하지 못한 건, 이 DVD가 독립영화협회 사이트 같은 곳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많이들 찾아가길 바란다). 개봉 당시 다큐멘터리 흥행 기록을 세운 <송환>은 아직 4900만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며, 그에 맞게 아주 잘 만들어진 DVD는 우리가 꼭 보아야 할 홈비디오로 손색이 없다. 애써 중립을 지킨 영화의 내레이션보다 솔직한 심정과 상세한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음성해설, 영화에서 못 다룬 13명 장기수들의 또 다른 송환 이야기인 ‘자유를 넘은 사람들’(104분), 관객과의 대화(22분),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8분), 선댄스영화제 수상장면(2분), 감독의 작품 소개와 영화인들의 평을 수록한 ‘다큐멘터리스트 김동원’(26분) 등의 부록 곳곳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DVD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