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다각형 사랑게임, <내 여자의 남자친구> 첫 공개
2007-03-07
글 : 강병진

일시 3월 7일 오후 4시 30분
장소 서울 - 종로 스폰지 하우스

이 영화
방송사 PD인 석호(최원영)는 걸면 무조건 걸리는 작업선수다. 영화는 술에 취한 그가 아는 동생인 채영(김푸른)에게 전화를 걸면서 시작한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운을 뗀 뒤, 이내 사귀고 싶다는 본색을 드러낸 석호는 다음날 채영을 만나 합의에 성공한다. 물론 석호의 진짜 본색은 채영과의 섹스다.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해보지만 채영은 그저 “나중에”, “다음에”를 반복하거나 “내가 그렇게 쉽게 보여?”라며 화를 낼 뿐이다. 영화는 다시 석호의 통화장면으로 시작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채영은 사실 또 다른 남자친구 선수(이정우)와 이미 모텔을 드나드는 사이. 채영은 선수에게 석호가 ‘그냥 아는 오빠’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선수 또한 ‘그냥 아는 누나’들이 많은 이름 그대로의 선수다.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난 연상녀 지연(고다미)과 하룻밤을 보낸 선수는 채영과 데이트를 즐기는 틈에도 지연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다.

100자평
섹시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한 <내 여자의 남자친구>는 사실 섹시하긴 해도 로맨틱하지는 않은 영화다. 영화는 진정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연애의 관계도를 묘사한다. 연애가 가진 적나라한 이면을 들춰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때문에 속마음을 들킨 듯 얼굴까지 붉힐 필요는 없다. 영화는 적나라한 섹스신만큼이나 <펄프 픽션>을 차용한 듯 보이는 이야기 구조에 관심이 많다. 영화는 ‘내 여자의 남자친구’, ‘내 여자의 남자친구의 여자친구’ 등 총 5개의 챕터로 6명의 주인공들이 (사랑이 아닌) 섹스로 얽힌 관계망을 보여준다. 앞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살을 붙여 반복되면서 삼각을 거쳐 사각, 오각으로 이어진 이면의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빚어내는 각각의 사연들은 연애의 여러 측면을 드러낼 만큼 다양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모두 양다리를 걸친 이들과 격렬한 섹스를 나누고, 얽히고 설킨 서로의 관계망에 약간의 의심을 품을 뿐이다. 극장보다는 오히려 심야시간대의 케이블채널에서 환영받을 듯 싶다. - 강병진 씨네21기자

처음엔 그저그런 여우와 늑대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그러다가 여우에게 버젓히 남자가 있음이 드러나고, 늑대는 불쌍한 호구였음이 드러난다. 그러다가 늑대가 또다른 여자에겐 냉담하다는 것이 드러나면 '오호, 사랑의 먹이사슬인가?' 하며 흥미가 당겨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또다른 여자가 여우의 남자와 관계가 있고, 늑대의 찌질한 친구와도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면 '으응, 구X동서 이야기구만'하다가, 늑대가 유부남이었음이 밝혀지고, 늑대의 아내와 찌질한 친구녀석과의 관계가 드러나면 'WE ARE THE WORLD!'를 외치게 된다. 그러니까 이 방대한 이야기의 전모는 '(사랑의) 먹이사슬이 아닌 먹이그물, 더 나아가 (사랑의) 생태계'를 그린 '내셔널지오그래픽'이었던 것이다. 세상 60억인구가 6명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6단계 분리이론', 혹은 '작은 세상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쯤되면 노래<작은 세상>을 합창하고 싶어진다.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 (추신. 잔뜩 기대했던 <바람피기 좋은 날>의 보수적 성의식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내 여자의! 남자친구>의 발칙함으로 회포를 푸시기 바란다.) - 황진미/영화평론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