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의 영화 비빔밥? 타란티노를 꿈꾸는 선댄스 출신의 감독, 유명배우들을 망라하는 캐스팅, 쇼비즈니스 배경, 세르지오 레오네와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연상으로 간을 맞춘 폭력에 아이러니 이상의 냉소를 뿌려 쿨하게 버무린다.
<스모킹 에이스>는 1999년 소규모 독립영화 <Blood, Guts, Bullets & Octane>과 2002년 인디펜턴트 스피리트상 후보에 오른 <나크>를 잇는 작가 겸 감독 조 카나한의 세 번째 작품이자 가장 공을 들인 영화다. 조폭과 연관된 화려한 무대마술사인 주인공이 조직의 중요 인물로 떠오르고 곧 FBI 끄나풀이 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버디 “에이스” 이스라엘(TV드라마 <안투라지>에서 그이만큼 지독한 연예인 에이전트로 나오는 제레미 피번)은 이 넘쳐날 듯한 짬뽕 비빔밥 영화에서 누군가가 묘사하듯 밀고자 시장의 거대한 대어이다. 목에 수백만달러의 가격이 붙어 있으니 돈을 노린 청부업자들이 그가 숨어 있는 타호 호수 펜트하우스로 꾸역꾸역 모여든다. 야만성을 더하려나 멜 깁슨의 유행을 따르려나, 살인자들은 단지 그를 죽이라는 명령에 더해 그의 심장을 잘라오라는 주문을 받는다.
게임은 시작되고 세계 정상급 암살자들을 모아놨으니 그들의 복잡한 과거와 배경으로 꼬이고 꼬여 영 지적인 면은 없이 바쁘기만 한 영화가 돼버렸다. 이스라엘은 강박적인 카드 사기꾼이고 카나한 또한 그렇다. 화면은 분활되고 액션은 튀고 밖에 주차한 밴 속 FBI 도청 요원들은 쓸데없는 소음들에 수선을 떤다. 이스라엘의 방을 벌집처럼 쑤셔놓는 필수적인 총격전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며 카나한은 컷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동시 액션들을 제공한다.
시끄러운 <오션스 일레븐>의 준치뻘 될 영화에서, 민감한 역에서 평평한 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들은 폼잡기에 바쁘다. 애매한 욕망의 대상, 지쳐버린 창녀들로 깔린 생활, 제레미 피번이 연기하는 이스라엘은 주로 확신없는 기진맥진한 모습이 특징이 된다. (건달 흉내만 내는 양아치 정도에 불과하다.) 게스트 출연을 한 벤 애플릭은 다소 흥미있는 저렴한 보석보증인으로 나오고 앤디 가르시아는 별 흥밋거리도 못 되는, 중얼중얼 남부 사투리를 쓰는 활기 빠진 FBI 요원으로 나온다. 웨인 뉴튼은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한다.
영화 구석구석에는 생동감 넘치는 연기도 몇 보인다 . 잠복근무가 점점 위험해지는 가운데 젊은 FBI 요원 라이언 레이놀스는 집중하는 모습을 유지하며 영화의 고참 (<나크>에서도 나온) 레이 리오타를 위하는 척으로 돋보인다. 알리시아 키스는 매혹을 뿜는 무료한 태도와 야한 모습으로 확실한 영화 데뷔를 선보인다. 타라지 헨슨은 싹싹하지만 눈치없는 사무실 아가씨를 속사포같은 페미니즘 대사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보여주며 장면을 독차지해버린다.
<스모킹 에이스>는 특정 화자를 두지 않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FBI 수사관들, 호텔 경비원들, 기동순찰대 요원들과 머리를 모호크족처럼 꼭대기만 남기고 밀어버린 사람들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살인청부업자들이 서로 싸우고 할퀴며 이스라엘의 방으로 기어오르는 것을 버무려 보여주는 연구이다. 이런 판에 또 새 인물들은 영화 끝까지 꾸역꾸역 등장을 하니, 죽고 몸만 바꿔 새로 등장하는 듯 이들 모두를 기억하는 건 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나쁠 것도 없지(리처드 켈리의 <사우스랜드 이야기>가 더 풍족하지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영화일 테다).
자만심 가득하면서도 재능이 없지않은 <스모킹 에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을 유지하고 피 터지는 파괴, 키네틱한 니힐리즘과 허튼소리의 난무에도 가벼움을 잃지 않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헨슨의 독백과 대리인을 통해 이스라엘이 FBI와 교섭하는 장면 등 몇 안 되는 웃음거리를 보여주지만 단지 아름답고 무심한 타호 전경만으로도 큰 농담이 될지니. 카나한은 이 아름다운 경치를 즐거움이 아닌 중얼중얼 잘 벌여놓은 부조리의 느낌으로 채워 그 농담을 완성해준다.
번역 이담형 | 2007.1.23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이며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