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생물실의 공포를 기억하나요, <해부학교실> 촬영현장
2007-03-21
글 : 이영진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해부학교실>이 들어선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1구(具) 제작에 “6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는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촬영장을 여기저기 뒤져봐도 당최 찾아볼 수 없다. 알고 보니 4월부터 촬영에 돌입할 대전 세트장에 고이 모셔뒀단다. 대신 “밤샘 촬영을 했다”는 핼쑥한 얼굴의 온주완과 “잠시라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못 견디는” 한지민이 취재진을 맞는다. 현장 공개는 오후 2시. 하지만 촬영준비가 다소 늦어져 1시간 넘게 미뤄졌다. 그동안 두 배우, 끊임없이 토닥댄다. 한지민은 “만날 수면양말과 내복 입고 다닌다”고 온주완을 놀리고, 온주완은 “몸과 발이 따뜻해야 한다”며 맞받아친다. 젊은 배우들의 장난스런 만담에 으슬으슬한 냉기는 금세 사라진다. “‘(주완아) 해 뜬다’ 아니면 ‘(지민아) 너만 잘하면 돼’라는 정도의 말이면 돼요. (웃음)” 배우들이 입모아 “편안한 친구 같다”는 손태웅 감독. 감독 입장에서 원하는 연기를 끌어내려면 배우와의 사이에 어느 정도 긴장이 필요한 것 아닐까. 게다가 공포영화 아닌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손 감독 왈. “칭찬만한 보약이 없다”면서 “집중력이 다들 좋아서 굳이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인다.

괜한 자찬은 아닌 듯하다. “자, 다들 이쪽으로 서봐!” 4시가 넘어서 시작된 리허설. 감독의 호출에 배우들은 금세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려 한명씩 목숨을 잃어가는 해부학교실의 학생들로 변한다. 극중에서 온주완이 맡은 인물은 중석. 병원 이사장 아들로 “잘난” 의대생이다. 한지민은 선화 역을 맡았다. “어릴 적 상처를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냉철하고 강인하고 지적인” 인물이다. <해부학교실>은 카데바에 메스를 댄 이후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고” 결국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로 몰리는” 의대생들의 심리를 따라간다. “편집과 사운드로 장난치고 싶진 않다. 캐릭터와 드라마로 공포를 만들어 보이겠다.” 손태웅 감독의 말에 따르면, <해부학교실>은 카메라 움직임도 많지 않다. 대신 미술과 조명에 극진한 공을 들였다. 인체 해부도와 포르말린 병, 그리고 무엇이 담길지 모를 거대한 수조로 가득한 ‘해부학교실’은 덴깡(촬영을 위해 세트의 한쪽 벽면을 뚫어내는 것) 처리를 했는데, 모니터로 보면 폐쇄공포를 안기기에 그만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감성을 넘나들며 신선한 공포를 안기겠다”는 늦깎이 신인감독의 약속, 올해 7월에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체 만드는 남자

<해부학교실> 특수분장, 특수소품 담당 황효균

카데바의 창조자는 현장에 없었다. 대전 세트장에 갔다고 했다. 특수분장과 특수소품을 맡고 있는 황효균씨. 결국 전화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그냥 촬영용 카데바가 아니다. <해부학교실>에 쓰이는 카데바들은 그 안에 뇌, 심장, 간, 폐 등 각종 장기가 똑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영화에서 개복장면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근육이나 핏줄도 당연히 만들어야 했다.” 인체해부학 서적을 탐독하다 실제 해부학실습 하는 걸 곁에서 두눈으로 봤는데 “사진과는 전혀 달랐다”는 그는 카데바 1구를 만드는 데만 무려 2개월씩 걸렸다고 말한다. 2년 정도 특수분장 일을 하다 2003년부터 동료였던 곽태용씨와 함께 ‘셀’(cell) 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린 그는 <쓰리, 몬스터>를 시작으로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도맡아왔다. “우리 작품이 맘에 드신 것인지 아니면 감독님들이 서로 친해서 그냥 소개를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는 4월20일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대전 촬영을 준비하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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